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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기호 몇 번 달고 출마하고 싶을까


입력 2020.12.23 05:00 수정 2020.12.23 04:06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 나가면 '기호 4번'

지난 대선·지방선거에서 한계 지점은 '뚜렷'

지금껏 한 차례도 기호 '2번' 이상 단 적 없어

"정치인생 걸었다"는 이번에는 과연 다를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내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으로 '풍운아' 안 대표의 또 한 번의 정치적 도전이 시작됐다. 10년에 가까운 현실정치 인생에서 그간 단 한 차례도 '기호 1~2번'을 달고 선거를 뛰어본 적이 없는 안 대표가 "정치인생을 걸었다"는 이번 선거에서는 '메이저 기호'를 달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정치권에서는 전날 안철수 대표가 제안한 '범야권 연립 시정' 제안에 담긴 의미가 화제였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연립이라는 것은 '다른 세력이 합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에는 입당을 하지 않겠다는 말로 생각된다"면서도 "'박원순 방식'을 깔고 말한 것 같은데, 우리 당에 입당해서 이기고 나가야 큰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 대표는 전날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범야권 연립 시정'을 제안했다. '연립'이란 여러 정당이 공동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형태를 가리킨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하나가 될 생각이라면 '연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결국 경선이나 본선 과정에서는 물론 서울시장 당선 이후로도 일단 당분간은 국민의힘 입당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안 대표가 그간 여러 차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지지를 받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1년 10·26 보궐선거에서 당선된지 약 4개월 뒤인 이듬해 2월에 민주당에 입당한 것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던 것도 이러한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안 대표의 의중이 이와 같다면, 안 대표는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또 '군소 기호'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지금까지 안 대표는 한 번도 2번 이상의 기호를 선거에서 달아본 적이 없었다. 첫 원내 입성을 이룬 2013년 4·24 재보선 때는 무소속으로 기호 5번을 달았으며,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때는 국민의당 후보로 기호 3번,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는 바른미래당 후보로 기호 3번을 달았다.


안 대표의 주가가 한창 높던 2013년 재보선 때는 '기호 5번'으로도 서울 노원병에서 60.5%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표를 쓸어담았지만, 2017년 대선 때와 2018년 지방선거 때는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다.


2017년 대선에서는 한때 여론조사 선두까지 치고올라갔지만, 개표 결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뒤처진 3위였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는 선거기간 내내 김문수 한국당 후보와 단일화 논의가 있었으나 결렬이 됐고, 결국 득표율 20%선에도 못 미치는 19.6%로 김 후보에 이어 3위로 레이스를 마감해 충격을 줬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나마 제3원내교섭단체였던 국민의당·바른미래당으로 뛰었던 결과가 그것"이라며 "내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군소 기호'를 고집하면 그보다도 여건이 더 악화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내부경선'은 '기호 2번' 보장이나 현실성 희박
성일종 "현재 입장으론 '입당' 얘기 맞지 않다"
'원샷경선'은 이론상 합당과 병행 논의도 가능
윤영석 "해불양수 정신으로 야권통합 해내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22일 "야권통합을 해불양수(海不讓水)의 정신으로 해내야 한다"며, 조건 없는 야권통합을 시사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의당은 김종철 대표가 "우리 후보를 내고 심판받겠다"며 독자 후보 공천을 공언했다. 원내 6석으로 공직선거법 제150조에 따라 기호 3번을 부여받는다. 국민의당은 3석으로 기호 4번이다. 그나마 같은 3석인 열민당보다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득표 수가 많아 기호에서 앞서는 게 '불행 중 다행'이지만, 과거 국민의당·바른미래당 때보다 나쁜 조건이다.


박원순 전 시장은 2011년 보궐선거에서 기호 10번으로도 당선됐지만, 이와는 경우가 다르다. 2011년 10·26 재보선 때는 서울시장 외에 달리 광역단체장 선거가 없었다. 언론의 보도도, 여론의 관심도, '범야권'의 화력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만 오롯이 집중됐다.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질 지금은 경우가 전혀 다르다. 범야권은 '2번으로 정권심판' 등 통합마케팅이 절실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 2018년 후보단일화 물밑교섭이 무산됐던 결정적 이유도 이것 때문"이라며 "전국에 '기호 2번' '기호 3번' 후보들이 쭉 출마한 상황에서 '간판'인 서울시장 후보를 어느 한 쪽이 접을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 본인으로서도 '잡기호'로 또 큰 선거를 치르고 싶겠느냐"며 "'정치인생을 걸었다'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의 수는 다 쓰고 싶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야권에서 논의되는 후보 단일화 방식은 세 가지다.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함께 경선을 치르는 방식(내부경선) △안철수 대표·금태섭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외곽 야권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군이 모두 '공동 지대'에서 경선을 치르는 방식(원샷경선) △국민의힘에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면, 그 후보와 안철수 대표가 단일화를 하는 방식(순차경선)이다.


이 중 '내부경선'은 안철수 대표가 그 과정을 거쳐 선출된다면 '기호 2번'은 가장 확실하지만 정치현실상 쉽지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조차도 "3석이지만 하나의 당의 영수(領袖)인 안철수 대표가 개별입당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며 "그렇게 될 것이었더라면 한 해 내내 김종인 위원장과 신경전을 할 이유가 없지 않았겠느냐. 진작 됐을 일"이라고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국민의당 대표인 안 대표가 합당도 아닌 개별 입당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에 부분적으로 수긍하면서 "현재 입장에서 볼 때 입당 이야기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답했다.


'원샷경선'은 이론적으로 당대당 통합과 '투 트랙'으로 진행 가능하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 이종구 전 의원, 이혜훈 전 의원, 김선동 전 사무총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등 국민의힘 후보군에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등 비(非)국민의힘 후보까지 함께 '제3지대'에서 경선을 치르는 동안,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수임기구를 구성해 합당을 논의하면 된다.


경선 관리의 주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룰만 '완전국민경선'이라면 경선 자체는 기존 '정진석 공천관리위원회' 체제로도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올해 총선을 앞두고도 한국당·새로운보수당·전진당 3당이 합당했지만 공관위는 그대로 한국당 '김형오 공관위'를 추인한 사례도 있다"며 "정진석 위원장은 그간 안철수 대표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기에 정무적 조율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도저도 다 안돼서 '박원순 모델' 흘러갈 수도
'순차경선' 때는 '기호 2번' 안철수 보기 힘들듯
이혜훈 "내부·원샷경선이 틀로 보면 가장 명쾌
성사 안되면 고육지책으로 '막판 단일화' 상황"
이혜훈 국민의힘 전 의원(사진)은 22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처음부터 한 번에 국민의힘 후보들과 함께 경선을 하는 게 "가장 명쾌한 방법"이라면서도 "성사가 안되면 고육지책으로 막판 단일화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개별 입당 등 '조건'을 고집하지 않는 야권통합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국민의힘 내에서 나온다.


국민의힘의 잠재적 당권주자로 꼽히는 3선 윤영석 의원은 "야권통합은 해불양수(海不讓水·바다는 어떠한 물도 사양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의 정신으로 해내야 한다"며 "우리 국민의힘도 하나의 강물이 돼 범야권의 모든 강물과 함께 하면 큰 바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선과 함께 야권통합까지 병행 논의가 이뤄진다면 내년 2월 11~14일인 설 연휴 이전까지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지 못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설 연휴 전까지 후보 선출을 마무리해서 '설 차례상'에 화두를 올려놓는 게 정치의 상식"이라면서도 "이 코로나 와중에 '차례상 민심'이라는 게 의미가 없고, 국민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대권주자급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다면 꼭 조기에 선출을 확정해야할 의미는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한 해 내내 신경전을 벌인 것에 비춰보면, 야권통합과 경선을 병행 논의하는 것은 자칫 시간만 버릴 뿐 결론은 도출해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새보수당과 전진당을 합당할 때는 최고위 확대 개편이 있었다"며 "합당에 따른 비대위 개편 등 '지분' 문제가 나오면 난망해진다. 형식은 당대당 통합이지만 실질은 개별 입당 수준이 아니면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이 모든 '난제' 때문에 최선의 방법이어서가 아니라 떠밀려가듯 '순차경선'으로 상황이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에는 최종 단일화 과정 끝에 안철수 대표로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그 후에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게 '기호 2번'을 다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 그러나 그 전에도 안했던 입당을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 후보 자리까지 꿰찬 뒤에 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현실화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혜훈 국민의힘 전 의원은 "(순차경선이란) 안 대표는 부전승으로 그냥 결승으로 가서 국민의힘에서 힘겨운 경쟁을 뚫고 올라오는 사람과 바로 붙겠다고 들리는 대목"이라며 "국민의힘에서는 이런 방식보다는 (처음부터 한 번에) 경선에 참여하는 방식을 원하니까 앞으로 여러 복잡한 논의들이 쭉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부경선이나 원샷경선이) 틀을 놓고 보면 가장 단순하고 명쾌한 방법"이라면서도 "그게 만약에 도저히 성사가 안되고 실현이 안된다고 하면, 다른 방법이 다 막혀버린다고 하면 고육지책으로 결국 막판 단일화를 하는 상황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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