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겨냥한 신무기 공개
'신형 SLBM' 통한 美 압박도
ICBM은 미공개…수위조절한 듯
북한이 제8차 노동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전술핵무기 탑재 가능성이 있는 신무기를 선보이며 한국·일본을 공개적으로 위협했다.
미국에 대해선 사실상 실전 배치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신, 개발 중이지만 전략적 가치는 더 높은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해 '수위조절'에 나섰다.
15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한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대남용 미사일'로 평가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기존 KN-23에 비해 탄두 모양이 뾰족해졌으며, 미사일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의 바퀴는 한 축 늘었다.
KN-23은 비행 종말 단계에서 '풀업(pull-up·활강 및 상승)' 기동하는 특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현 미사일방어체계로는 대응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 밖에도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등장했던 4·5·6연장 초대형 방사포와 대구경조종방사포, '북한판 에이테킴스'로 불리는 전술지대지미사일 등도 또 한 번 존재감을 과시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KN-23 개량형은 8차 당대회에서 밝힌 전술핵 관련 무기를 현시한 것"이라며 "사거리는 600km~1000km로 추정된다. 한국과 일본 타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당대회 사업총화보고(결산보고)에서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전술 무기화를 보다 발전시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KN-23 개량형은 미사일 격납고 부분이 더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전술핵을 탑재하기 위한 의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3개월 만에 신형 SLBM 공개
"美 본토 위협 시사한 것"
일각선 '모형' 가능성도 제기
북한은 이날 신형 SL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도 공개했다. 북한 매체들이 '세계 최강의 병기'로 소개한 '북극성-5ㅅ(시옷)'은 지난해 10월 열병식 당시 선보였던 '북극성-4ㅅ'을 개량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북극성-5ㅅ' 여러 발을 TEL에 실어 동시에 등장시켰다. 북극성-5ㅅ이 북극성-4ㅅ과 같은 구조의 TEL에 실려 등장했다는 점에서 더 굵어지고 탄두부는 길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다탄두 탑재나 사거리 연장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잠수함 도입을 천명한 만큼 핵잠수함 장착용으로 신형 SLBM을 개발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핵잠수함 추진 계획과 함께 핵전개 수단의 최종판인 '핵추진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을 보유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해당 무기체계는 미국 본토를 대상으로 하며 ICBM보다 공격 능력이 월등하다.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미국 본토가 위험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 행보"라고 말했다.
다만 핵잠수함 개발 수준이 설계·연구 단계라는 점, 공개적으로 잠수함 사출 시험에 나선 적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전 배치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발표한 신무기 개발 계획은 대부분 초기 단계로 개발 및 완성까지 기술적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극성-5ㅅ'은 '북극성-4ㅅ'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여 모형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으로선 무기 개발 계획이 대외적 '블러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만큼, 미사일 외부에 '북극성-5ㅅ'이라는 이름을 노출해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열병식과 달리 공개 연설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김정관 국방상이 연단에 올라 "적대세력이 국가 안전을 조금이라도 침해한다면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 동원해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주석단에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비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