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 코로나 대출, 당장 3월에 갚아야 하는데"
"매출, 지난해보다 90% 줄었다" 앞다퉈 하소연
시민들 응원에 반갑던 羅, 상인 고충에 '심각'
"너무 힘드신 것 잘 안다…'숨통트임론' 공약"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서울의 대표적인 상권 중 하나인 홍대 거리를 찾았다. 대림동 중앙시장 방문에 이어 주말·휴일 연이틀 서울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듣는 행보다.
나 전 원내대표를 만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당장 3월부터 신용보증재단 코로나 대출 상환 기일이 돌아온다며 '시한부 인생'에 몰린 어려움을 호소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대표 공약인 '숨통트인론'을 설명하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추진 중인 손실보상법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24일 오후 홍대 거리를 방문했다. 전날 대림동 중앙시장을 찾은데 이어 연이틀 상권 방문이다. 이 자리에는 강승규·김용남 전 의원과 강명숙 마포구의원, 이태진 홍대소상공인번영회장과 박세권 홍대걷고싶은거리상인회장이 함께 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따뜻한 날씨에 많은 시민들이 홍대 거리를 찾았다. 나 전 원내대표도 "오늘은 그래도 사람이 많다"며 부모와 나들이 나온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함께 찍었다. '탕후루(과일 꼬치에 물엿을 입혀 굳힌 길거리 음식)'를 들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서는 그게 무엇인지 물은 뒤 "나도 이제 구시대인가보다. (탕후루가) 뭔지 몰랐다"고 웃기도 했다.
시민들도 나 전 원내대표의 민생현장 방문에 호응하는 모습이었다. 한 남성은 나 전 원내대표가 닭갈비집에서 나오길 기다렸다가 "나경원 후보, 슈퍼블루마라톤 파이팅이다"며 "나도 자주 나갔다"고 응원하기도 했다. '슈퍼블루마라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개선하는 캠페인으로, 장애가 있는 딸을 길러낸 나 전 원내대표가 창설한 마라톤이다. 나 전 원내대표도 반가워하며 "지난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못해서 아쉽다"고 화답했다.
홍대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때마침 정치인과 언론이 찾는 날에 시민들이 많은 것조차 걱정이었다. 절박한 사정이 묻힐까 우려한 것이다. 박세권 회장은 "오늘 따라 사람이 많다"며 "날씨가 풀려서 올해 들어 (사람이) 제일 많은 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교동 여성의류점 '모노그램' 사장은 "예전보다 매출이 많이 줄었느냐"는 나 전 원내대표의 질문에 "거의 90%"라고 답하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나 전 원내대표는 "지금 당장 돈으로 다 보상해드릴 수는 없으니까 이번에 내가 '숨통트임론'이라는 것을 공약했다"며 "너무 힘드신 것은 잘 안다"고 위로했다.
패션잡화 '고운'의 만 33세 청년창업주 안태규 사장은 "우리 자영업자들이 대부분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서 지난해 3~6월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대출을 집중적으로 받았다"며 "1년 거치 4년 상환으로 돼 있는데, 당장 3월부터 갚을 능력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안 사장은 "지금 뉴스에서는 손실에 대해서 보상을 해준다는데 법을 통과시키고 손실을 산정한 뒤 실제 보상이 이뤄지기까지는 엄청 오래 걸릴 것 아니냐"며 "오늘 하필 후보 오셨을 때 사람이 많은 것인데, 일단 자영업자들이 다들 당장 6개월을 버틸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나라에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빚을 갚아달라는 것도 아니다"며 "현실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신용보증재단 코로나 대출 상환을) 1년만 더 유예를 해달라는 것이다. 이것을 꼭 좀 체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태원의 '일률적 규제' 불만, 서교동도 '폭발'
"버스킹 막아놓고 대책 없어…상권 다 죽는다"
나경원 "손실보상법, 열린 마음으로 검토해야"
시민들 선거 관심 UP…"공약까지 보고 결정"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출마선언을 한 이태원에서는 '오후 9시 영업 종료'라는 일률적 규제에 불만 기류가 강했다. 해당 상권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클론'의 멤버 강원래 씨가 이 점을 비판했다가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의 공격에 봉변을 당하는 사태로 번지기도 했다. 이날 서교동 홍대 거리에서도 현 정권의 '일률적 규제'에 비슷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박세권 회장은 "여기가 '버스킹' 하는 자리인데 집합금지라며 못하게 막아놨다"며 "전면적으로 막아놓기만 하고 대책이 전혀 없다"고 하소연했다.
나 전 원내대표가 "마스크 하고 띄엄띄엄 앉아서 보게끔 하는 것은 어려우냐"며 "임대료에 버스킹 집합금지까지… 코로나 방역이 더 섬세하게 돼야겠다"고 화답하자, 박 회장은 "이런 것들을 섬세하게 해야 하는데 일률적으로 한다"며 "상권을 다 죽이는 제도를 쓰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홍대 예술의거리부터 걷고싶은거리까지를 둘러본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상인 여러분들이 장사가 안되는데 코로나가 언제 극복될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시며 고통이 많으셨다"며 "매출이 지난해 대비 90% 줄었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분들이 버틸 수 있도록 내 공약인 '숨트론'을 만들어 1인당 5000만 원씩 초저리로 장기 대출을 하겠지만, 이것만으로도 해결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손실을 보전해드리는 손실보상법에 대해 우리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해야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함께 '빅쓰리' 후보라 불리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도 각각 현장 행보를 펼쳤다. 안철수 대표는 재건축이 필요한 노후 아파트 단지인 오류동 동부그린아파트를 찾았으며, 오세훈 전 시장은 대한노인회 서울특별시연합회를 찾아 계속해서 '어르신 표심 잡기'에 나섰다.
야권 거물급 주자들의 광폭 행보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판이 조기 예열되면서 시민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 벌써부터 점증하는 모양새다.
이날 중학교에 올라가는 아들과 함께 홍대 거리로 나들이를 나왔다가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눈 주부 임모(52·여)씨는 취재진에 "나경원 후보를 직접 본 것은 처음인데 굉장히 미인이다"며 "서울시장 후보로 몇몇 분들이 나온다고 해서 고민 중이다. 후보들의 공약까지 보고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