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연봉조정위서 '선수'로서 두 번째 승리
구단 제시액 보다 3000만원 더 높은 연봉 받아
"해보나마나" 편견 있는 선수들에게 새 바람
주권(26·KT위즈)이 KBO(한국야구위원회) 연봉조정에서 승리를 쟁취했다.
KBO는 25일 KBO 컨퍼런스룸에서 연봉 조정위원회를 마친 뒤 “주권의 2021년 연봉을 선수 제시액 2억5000만원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KT 구단은 주권에게 올해 연봉으로 2억2000만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KBO리그 홀드왕을 차지하며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한 주권은 이보다 3000만원 많은 2억5000만원을 요구했다.
주권은 지난 시즌 77경기(70이닝)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하며 홀드왕(31개)에 등극했다. 출전 경기 수는 2020시즌 불펜 투수 가운데 1위였고, 이닝 부문에서도 3위에 올랐다.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구단과 주권은 연봉조정위에 신청했는데 주권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10년 만에 열리는 조정위를 중립적으로 구성한 KBO의 노력도 새로운 결과를 만들었다.
이번 조정위원회는 조정 또는 중재의 경험이 있는 판사, 검사, 변호사로 5년 이상 종사한 법조인, 스포츠 구단 운영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 또는 스포츠 관련 학계 인사 중 5명으로 구성됐다. 선수와 구단이 추천한 인사가 각 1명씩 포함됐다.
선수들 입장에서 주권의 승리는 쾌거다. 지난 2011년 ‘타격 7관왕’ 타이틀을 들고 연봉조정에 들어갔던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이후 10년 만에 열린 연봉조정에서 ‘선수’가 승리를 따냈다. 마지막 연봉 조정 신청 선수는 2012년 이대형(당시 LG)인데 이후 취소하면서 조정위가 열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총 21번 열린 KBO 연봉조정위에서 선수가 승리한 것은 2002년 LG와 류지현(현 LG 감독) 이후 19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이대호는 2010년 연봉 3억 9000만원에서 3억 1000만원 인상된 연봉 7억을 요구했지만 롯데는 6억 3000만원을 제시했다. 당시 선수들이나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이대호가 이겨야 맞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조정 신청에서 승리한 쪽은 역시 구단이었다.
구단과의 이견 차이는 이대호와 비교했을 때, 3000만원으로 크지 않았지만 주권의 승리는 값어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다. 축적된 데이터를 체계화해 풍부한 연봉 산출 근거 자료를 손에 쥔 구단을 넘지 못해 선수들 사이에서 “해보나마나”라는 의견이 팽배했는데 그런 선입견을 깼기 때문이다.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 열리는 조정이기도 했지만, 이날 조정위원회 신청 당사자 주권도 직접 참석했다.
5%(메이저리그 선수 승리 확률 40% 이상)에 불과한 승률에도 당당하게 권리를 행사한 주권의 자세는 향후 권리를 포기했던 선수들에게 신선하고 건강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선발 투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불펜 투수들에게는 ‘홀드왕’ 주권의 승리가 더 크게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