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선·비·박명수 등 유튜브 채널에 ‘먹방’ 유튜버 섭외
“연예인 만난 것 같아요” “내가 밤마다 보면서 자잖아”
진짜 연예인이, 유튜버를 만나면 버릇처럼 하는 말들이다. 유튜버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어느새 그들은 ‘연예인들의 연예인’으로 자리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유튜버의 인기에 기댄 연예인들의 합방 요청도 활발해지고, 나아가 TV와 인터넷 방송의 경계도 허물어지는 모양새다.
인터넷 방송을 TV 콘텐츠로 본격 활용한 건, 2015년 4월 파일럿으로 시작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이었다. 실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고 이를 압축·편집해 네티즌의 반응까지 지상파를 통해 공개하는, 다소 파격적인 포맷이었다. 예상 밖에 뜨거운 반응에 프로그램은 정규 편성이 됐고, 파급력은 더 커졌다.
요리연구가이자 사업가인 백종원을 방송가에 본격적으로 불러낸 프로그램이기도 한 ‘마리텔’은, 이후 실제 개인 인터넷 방송 채널을 운영하면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던 도티, 쯔양, 나하은, 약쿠르트 등을 출연시키면서 시청자를 확보했다. 당연히 출연한 유튜버들도 대중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마리텔’은 TV 프로그램을 위한 인터넷 방송 제작 수준이었다. 이후 송은이와 김숙이 운영하는 고민상담 라디오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하 ‘비보’)이 유튜브 ‘비보TV’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인기를 모았고, 올리브 채널에서 이를 눈여겨보고 ‘밥블레스유’를 론칭하기도 했다. 이는 유튜브와 방송을 결합시킨 최초의 모델로도 언급된다.
이밖에도 인터넷 방송의 인기 BJ들을 대거 출연시킨 JTBC ‘랜선라이프’, 방송인들이 인터넷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JTBC ‘날보러와요’ 등은 물론, 방송사가 직접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이를 통으로 브라운관으로 옮기는 작업도 계속해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와썹맨’ ‘워크맨’ ‘시즌비시즌’ 등을 만든 룰루랄라는 JTBC 스튜디오 산하의 디지털 스튜디오다. 최근에도 방송가엔 다양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출연하면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가 미디어로 인식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더 활발해졌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9년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753명 중 56.3%가 OTT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91%가 유튜브를 본다고 답했다. 압도적인 이용률이다.
이젠 연예인들도 유튜브로 옮겨가 크리에이터로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눈길을 끄는 건 연예인 크리에이터와 기존 유튜브 스타와의 합동 방송이다. 인기 유튜버에 기대 구독자수 증가, 조회수 증가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가수 비는 유튜브 채널 ‘시즌 비시즌’에 지난 7일 ‘먹방’ 유튜버인 쯔양을 초대했고, 현재(이하 26일 기준) 조회수 430만회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8월엔 김계란·야전삽과 합방으로 540만회라는 조회수를 올렸다. 지난 8일 박미선도 ‘미선임파서블’에 먹방 유튜버 히밥을 초대하면서 현재 420만회의 조회수를, 박명수도 지난 22일 ‘할명수’에 쯔양을 섭외해 3일 만에 약 18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연예인 크리에이터의 특성상, 방송 초반에는 빠른 구독자 유입을 보이지만 정체기를 겪으면서 스타 유튜버와의 합방은 추가 구독자를 끌어들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연예인 입장에서 유튜브는 포기할 수 없는 훌륭한 홍보 창구이고, 스타 유튜버와의 합방은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방송가와 유튜브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연예인이 크리에이터가 돼 스타 유튜버들에 기대는 현상은 미디어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그리고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들이 급작스럽게 진행됨에 따른 과부하 현상이 생길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작년 불거진 유튜버의 '뒷광고' 파동과 같이 수익 확대 과정에서 불거지는 잡음이나, 검증되지 않은 사생활 논란 등에 대한 우려다.
연예인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비연예인 유튜버, 스타 유튜버들을 섭외하는 것에 있어서 신중하고 오랜 고민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사실 그들의 사생활을 검증할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오랜 기간 평판 조회를 하는 것이 전부다.
한 관계자는 “불필요한 잡음이 생겨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사생활의 범위는 매우 좁고, 기껏해야 평판 조회인데 이후 불거지는 논란까지 예상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최대한 사전에 논란을 차단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