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외도는 고백하지 않으면 모르는 건데 일방적 억울함 호소
손편지 의문점 적지 않지만 본인 것이라면 2차 가해 방조 책임
자살한 전 서울시장 박원순의 부인 강난희가 반년 이상의 침묵을 깨고 언론에 글로서 얼굴을 드러냈다.
박 전 시장 지지 모임 박기사(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에 보낸 손편지 서두에 필자 자신을 강난희라고 적었고, 그 편지를 본인이 쓰지 않았고 그 내용 또한 언론에 알려지기를 원치 않았다면 그런 사실을 밝혔을 것임에도 지금까지 아무런 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본인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실 손편지는 강난희 아닌 다른 인물이 쓰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흔적들도 전혀 없지는 않다. 전문가적 필치(筆致), 오자(誤字) 한 자 없는 2000년대식 맞춤법과 완벽한 띄어쓰기, 남편 호칭(박 시장 또는 박원순씨 아닌 박원순) 등이 그런 것들이다.
강난희에 관해 인터넷에 공개된 신상(身上) 관련 자료는 극히 빈약하다. 65세, 슬하에 1남 1녀, 대학 국문과(철학 부전공) 졸업, 82년 박원순이 대구에서 검사 시보(試補)할 때 소개로 만나 결혼, 99년 인테리어 회사를 설립해 10여 년간 운영한 기업인...
남편을 ‘40년 동지’라고 부를 만큼 함께 시민운동을 했다거나 손편지 문장력과 교열(矯閱) 감각을 방증(傍證)할 수 있는 직업적 이력이 없다. 성형 논란(실제로 그녀의 Before & After 사진을 보면 얼굴 차이가 매우 크다)과 인테리어 회사에 박원순이 세운 아름다운재단 및 아름다운가게 전국 지점들과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현대모비스가 설계, 시공 일감을 몰아줘 창사 3년 만에 매출 23억원을 달성했다는 의혹 기사들만 보인다.
박원순이 시장을 할 때도 그녀는 거의 얼굴을 내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시장에 처음 당선되던 선거일에 부부가 함께 투표하는 사진도 찍히길 꺼려 따로 투표하려다가 남편의 설득으로 가까스로 둘이 투표소에 나와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했다는 보도도 있다.
그래서 박원순이 성추행 피소와 함께 자살한 이후 시청 직원들 사이에서는 시장과 부인이 오래전부터 사실상 별거 상태였다는, 확인 불가능한 소문이 돌았던 게 사실이다. 필자는 작년 여름 사건이 터졌을 때 이런 소문을 서울시청 안팎 여러 사람으로부터 들었다.
인터넷 자료와 루머가 이러할진대, 강난희의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강하게 남편의 결백을 주장하는 편지는 약간 의외로 느껴진다. 그녀는 과연 무엇을 알고 무엇을 믿고 있는가?
박원순의 시장 비서실 여직원 성추행 또는 성희롱 사실은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결, 국가인권위 결정으로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올해 초 열린 박원순 피해자 성폭행 서울시 비서실 직원 재판에서 “여러 차례의 피해자 진술에 비춰보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사건 발생 7개월 만에 박원순의 성추행을 공식화했다.
또 국민의 기본 인권 보호를 위한 독립 헌법기관인 국가인권위도 그 며칠 뒤 박원순이 늦은 밤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등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며 “피조사자의 진술을 청취할 수 없어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판단했다. 수위나 빈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므로 성희롱으로 판단하기 충분하다”라고, 또다시 박원순의 범죄를 확인했다.
무엇보다 박원순의 당시 언행이 자신의 행동에 씻을 수 없는 과오가 있었음을 증명한다.
그는 피해자의 자신에 대한 고소장 접수를 수사 당국, 여성단체, 민주당 의원 등의 경로를 통해 (불법적으로) 전해 받고 주위 사람들에게 “이 파고는 넘기기 힘들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북한산 자락으로 홀로 올라가 목을 맸다.
이 모든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넘기 힘들 것이라고 체념한 파고(波高)는 “냄새 맡고 싶다”고 하는 등의 문자, 속옷 등을 찍어 보낸 사진 등이 확인된 최소한의 것들이다. 그리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건 자신의 명예에 먹칠한 행동 때문이었다는 증거라고 보는 게 상식이다.
강난희는 이런 증거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인가? 무엇을 알고 있기에 ‘박원순을 끝내 지켜야 한다’고 호소하는 것인가?
부부 사이엔 비밀이 아주 많은 법이다. 더욱이 외도(外道)의 경우 그 지저분하고 적나라(赤裸裸)한 내용은 행위 배우자가 고백하거나 현장을 잡기 전까지는 상대 배우자가 전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강난희는 남편 박원순이 시장 집무실에서 한 행동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집에서 24시간 CCTV로 지켜보기라도 한 것처럼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있다.
가해자의 명예 회복을(그리고 자신의 것도 역시) 원하는 부인으로서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다. 그건 자유이고 권리지만, 그런 주장이 언론에 공개되길 원했거나 그것을 묵인했다면, (현재 자살 충동을 느끼면서까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피해자에게 위협이 되고(피해자 변호사 김재련의 입장) 2차 가해가 되는 건 본인의 책임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만에 하나, 문제의 손편지가 강난희 자신이 쓴 것이 아닐 경우 침묵하지만 말고 언론에 조속히 사실을 밝혀야만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박기사 안팎 사람이 썼는지, 전 서울시 비서실 관계자가 쓴 것인지, 아니면 제3의 이해 당사자가 박원순의 진실을 영원히 연막 속에 가려 놓기 위해 그런 짓을 했는지를 검찰에서 수사하면 된다.
손편지가 언론에 크게 보도된 이후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 뇌리에는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라는 부인의 간절한 호소가 ‘성추행 시장 박원순’과 자리바꿈하게 됐다.
강난희가 이것을 바라며 언론에 게재되는 걸 염두에 두고 그 편지를 썼다면, 그녀는 비록 가족이라 할지라도 전 국민에게 2차 가해를 유도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