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노조 "말로만 독립·소비자보호, 현실은 채용비리자 승진'"
윤석헌 원장 연일 저격…일각서 제기된 연임설에도 "차라리 관료"
금융감독원이 정기인사로 촉발된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있다. 과거 채용비리 등 부정행위에 대한 연대책임으로 전 직원이 임금삭감과 상위직 감축 등 잇단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는 가운데 사안의 발단이 된 직원들이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내부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여의도 금감원 본원 앞에서 채용비리 직원 승진 항의집회를 열고 "윤석헌 원장은 연일 금감원의 독립성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금감원을 금융회사의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며 “과연 금융지주 회장 연임과 관련해 이사회 절차의 투명성을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주 단행된 정기인사에서 촉발됐다. 과거 채용비리에 연루된 채 모 팀장과 김 모 수석조사역이 각각 부국장과 팀장급으로 승진 발령하면서 불만이 표출된 것. 채 모 부국장은 2014년 금감원 변호사 채용과정에서 전 국회의원 아들인 임 모 변호사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채점 기준을 변경하고 점수 조정에 가담해 '견책' 처분을 받았다. 김 모 팀장 역시 3건의 채용비리사건에 연루돼 '정직' 징계를 받았다.
금감원은 해당 직원들이 충분히 징계를 받았다는 입장이나 노조는 ‘어불성설’이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노조는 "신한지주 조용병 회장은 채용비리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지만 연임에 성공했고, 하나금융 함영주 부회장도 채용비리에 대한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며 “만약 이들이 채용비리 범죄에 대한 유죄를 선고받고도 실적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계속 임기를 연장하려고 할 경우 금감원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또한 이번 정기인사 논란에서 인사권자인 윤석헌 원장에 대한 직원들의 실망감과 책임론도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양상이다. 학자시절 개혁적 성향의 인사로 주목을 받았던 만큼 금감원장 취임 이후 의사결정 투명성과 감독기관으로의 위상제고 등을 기대했으나 채용비리 관련 후속처리부터 사모펀드사태에 이르기까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여전히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2017년 채용비리사건 이후 금감원이 매년 공공기관 지정대상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일선 직원들이 체감하는 박탈감은 크다. 기재위 공운위가 공공기관 지정 유보를 조건으로 내건 상위직급 축소에 따른 승진 제한과 성과급 등 임금삭감이 현재까지 단행 중이다. 올해 초 역시 감독부실 등을 이유로 이같은 공공기관 지정 유예조건이 한층 강화됐다.
윤 원장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금감원 독립론에 대해서도 임기를 두어 달 남겨둔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시선이 높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익명의 금감원 직원은 “금감원 독립론은 윤 원장과 같은 얼치기 교수들이 금감원을 자기 놀이터로 만들려는 것(에 불과했다)”라는 댓글을 남기며 금감원 내부에서 바라보는 자조적 시각을 여실히 내비쳤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서 제기되는 윤석헌 금감원장 연임설과 관련해 벌써부터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창화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임기내내 가만히 있다 갑자기 선언한 ‘금감원 독립’은 자기책임 면피와 임기연장용 카드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윤 원장의 유일한 공헌이라면 '교수가 관료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뼈아픈 경험을 가르쳐준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