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현 행장 대신 최대 계열사 수장 차지
그룹 차세대 CEO 후보…회장 복심으로 주목
박성호 신임 하나은행장 내정자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뒤를 이을 차세대 사령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 회장이 앞으로 1년 안에 새 후계자를 낙점해야 하는 가운데, 과거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박 내정자가 그룹 최대 계열사의 수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고히 다지는 모습이다. 하나금융은 박 내정자가 하나은행을 리딩뱅크로 이끌 적임자로서 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25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하나은행장 단독 후보로 박 부행장을 내정했다. 이에 따라 2019년 하나은행장으로 선임된 지성규 현 행장은 교체가 결정됐다. 지 행장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된 사법 리스크가 연임의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박 내정자는 1964년생으로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은행장과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 부행장, 하나금융티아이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쳐 현재 하나은행 디지털리테일그룹 부행장으로 재임 중이다.
특히 그는 하나금융 경영지원실장 시절 김정태 회장을 바로 옆에서 보좌했던 인물이다. 전날 네 번째 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김 회장과 다시 손발을 맞추게 될 전망이다.
이제 박 내정자는 하나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수장으로서, 포스트 김정태의 유력 후보군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하나금융 차기 회장 최종 후보에도 김 회장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며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내정자가 하나은행장으로 정해지자마자 김 회장의 후계자로 급부상 하게 된 이유는 김 회장의 임기 제한 때문이다. 김 회장은 다시 연임에 성공했지만, 과거 3년씩 보장받았던 임기가 이번에는 1년으로 제한된다. 하나금융 내규에 따르면 만 70세까지만 회장직을 역임할 수 있는데, 김 회장은 올해 만 69세다.
결국 김 회장은 올해 안에 자신의 자리를 물려줄 차기 회장 후보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오랜 기간 호흡을 함께 해 온 박 내정자에게 더욱 눈길이 쏠리는 배경이다. 더욱이 최대 계열사인 하나은행을 무난히 이끈다면 차기 회장 적임자라는 충분한 명분도 얻게 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박 후보는 증가하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급변하는 금융 시장에서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디지털과 글로벌, 자산관리 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탁월한 식견을 바탕으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적임자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박 후보는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과 하나금융티아이에서 CEO를 역임한 준비된 은행장"이라며 "CEO로서의 경험이 향후 하나은행을 리딩뱅크로 도약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