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BC "임효준 귀화, 안현수 러시아행 연상"
누구의 잘잘못 떠나 국가대표 관리 시스템 아쉬움 남겨
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임효준(25)의 중국 귀화 소식에 외신도 반응했다.
7일(한국시각) 미국 NBC스포츠는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1500m 금메달리스트 임효준이 중국 국적을 얻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나선다”고 알리며 “임효준의 귀화는 2006 토리노올림픽에서 3관왕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를 떠오르게 한다”고 보도했다.
메차가 언급한 빅토르 안, 안현수는 ‘쇼트트랙의 황제’로 불렸다.
지난 2010년 무릎 부상과 파벌 문제 등에 휩싸여 괴로운 시간을 보냈던 안현수에게 손을 내민 것은 2014 소치올림픽을 준비하던 러시아. 당시 러시아는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자국의 위상 제고와 흥행을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안현수 귀화 카드를 꺼냈다.
2010년 12월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안현수에게 러시아 국적을 부여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고, 안현수는 이듬해 8월 귀화 신청을 한 뒤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러시아 사람이 된 빅토르 안은 2014 소치 올림픽에서 신다운-이한빈-박세영 등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을 압도하며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빅토르 안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3관왕에 등극하며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6개를 수확했다. 안현수가 쇼트트랙 종목 사상 개인 최다 금메달의 영광을 안으며 러시아 국기를 휘날릴 때, 한국 대표팀은 노메달의 수모를 뒤집어쓴 쓰라린 기억이 있다.
경위는 다르지만 이번에는 임효준이다. 역시 개최국 중국으로 향한다.
임효준 측은 6일 “임효준이 중국 귀화를 결정했다. 아직 한참 선수 생활을 이어갈 시기에 그러지 못하는 아쉬움과 어려움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한 젊은 빙상인이 빙판 위에 서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 결정이니 사실과 다른 억측이나 지나친 인격모독성 비난은 자제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했던 임효준이 귀화를 선택한 것은 올림픽 출전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진행 중인 재판 결과에 따라 국가대표로 2022 베이징올림픽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임효준은 지난 2019년 6월 진천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 센터에서 체력 훈련 중 후배 선수의 바지를 내려 신체 일부를 노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진상조사를 벌여 임효준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된다고 판단,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내렸다.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효준은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받았다. 항소심 판결에 따라 임효준의 1년 자격정지 징계는 중단됐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경우 그 시점부터 징계가 다시 시작된다.
올림픽 출전의 꿈은 크지만 불투명한 앞날에 대한 불안함이 컸다.
임효준이 중국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을 통과하면 오성홍기를 달고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다. 빅토르 안은 김선태 총감독과 함께 임효준 뒤에 코치로 서게 된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매우 씁쓸한 상황이다. 대한민국 체육의 인재들을 올바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사건 전후의 시스템과 대처는 못내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