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금융지주사 주총 돌입...CEO 선임도 확정
‘우리’ 4조원→이익잉여금...‘신한’ 분기배당 정관변경
오는 25일부터 금융권의 정기주주총 시즌이 시작된다. 4대 금융지주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방역대책을 철저히 준수하며, 각 은행 본점에서 정기주총을 순차 진행한다. 이번 주총의 현안은 주주 환원 정책, 최고경영자(CEO)연임, 사외이사 선임 건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 지주사들은 주총소집공고를 통해 주요 안건을 공개했다. 우선 4대 지주사는 금융당국의 배당 축소 권고에 따른 성난 주주들 달래기에 나선다. 앞서 지난 1월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위기 대응 취지로 국내 은행권의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낮추도록 했다.
이에 KB•하나•우리 금융지주는 배당성향을 20%로 축소했다. 신한 금융이 유일하게 22.7%의 배당성향을 제시했으나, 전년대비 3.27%p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4대 지주의 배당성향은 25~27% 수준이다 .
금융 지주사들은 주총서 제도적 기반을 마련, 6월말 당국의 방침이 끝나면 과거 수준의 배당정책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자본준비금 4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안건이 통과되면 우리금융은 5조원에 육박하는 이익잉여금을 통해 차후 배당에 사용할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분기 배당 근거 마련’을 위한 정관을 변경한다. 연간 배당 외 분기 배당으로 주주가체제고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회사는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결의하며 자본 여력을 확보했다. 금융지주 중 가장 큰 규모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4대 지주 중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올해도 주총 안건에 배당 관련 정책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지배구조의 ‘킹메이커’로 불리는 사외이사 선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조직안정을 위해 임기 연장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유임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사외임기는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된다.
전체 사외이사 31명 중 26명(84%)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신한과 하나금융지주는 새로 사외이사를 들인다. 신한금융은 지난 3일 임기가 끝난 박철·히라카와 유키 사외이사 2명을 대신해 곽수근·배훈·이용국·최재붕 이사 4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이에 따라 회사 재일교포 사외이사는 기존대로 4명을 유지하나, 전체 사외 이사진 규모는 10명에서 12명으로 늘어났다. 금융당국에 지적받았던 재일교포 사외이사 비중은 40%에서 33.3%로 감소했다.
하나금융은 이달말 현 8명의 사외이사가 모두 임기가 동시에 끝난다. 다만 재임기간 등을 고려하면 윤성복 이사회의장과 차은영 이사 교체가 불가피하다. 특히 윤 의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후임으로 누가 올지 초미의 관심사다. 차 이사는 올해 5년차이나 2005년부터 5년간 하나은행 사외이사를 맡아 연임이 불가하다. 이 외 지주사들의 사외이사들은 재선임이 유력하다.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에 여성이 선임될지도 시선이 쏠린다. 하나금융의 경우 차 이사를 제외하면 7명의 사외이사가 모두 남성이다. 올해 8월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등기임원은 최소 여성이 1명 이상 포함돼야 한다. 지난해 9월 사업보고서 기준 4대금융지주사 여성 이사 현황은 ▲사내이사 0명 ▲사외이사의 경우 신한 1명, KB 2명, 하나 1명이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여부도 화두다. 하나금융지주는 주총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4연임 안건을 통과시킨다. 2012년 하나금융 회장에 오른 김정태 회장은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 연임한 바 있다. 코로나19 위기와 금융당국의 규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김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능력이 절실하다는 내부 평이다. 추가 임기는 1년이다. 하나은행도 별도 주총을 열고 박성호 하나은행장 내정자를 신임수장으로 임명한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1년 연임도 이번 주총서 확정된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지난 4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권광석 현 은행장을 추천한 바 있다. 자추위는 권 행장이 해외금리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사태 등으로 흐트러진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디지털 환경에 신속히 대응한점을 두고 높이 평가했다.
한편 금융사들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도 촉각이 기울여진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조용병 신한금융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에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실제 결과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국민연금의 이같은 주주활동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현재 국민연금은 하나금융(9.97%), KB금융(9.96%), 우리금융(9.88%), 신한금융(9.84%)의 지분을 보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