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지출 늘리고 비용 줄이고…초격차 실현 위한 초석
이 부회장 옥중에서도 투자 확대 당부…“삼성이 가야할 길”
위기 후 도약 위한 원가구조 개선…“경쟁력 확보에 긍정적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투자 확대 약속대로 삼성전자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경영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R&D)을 비롯한 투자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와 전장과 같은 신사업은 물론 반도체 등 주력 사업에서의 초격차를 위한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구개발에 지출한 비용은 21조2292억원으로 전년(20조2076억원) 대비 5.1%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투자활동현금 흐름 역시 –53조6286억원으로 전년(-39조9482억원) 대비 34.2% 증가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면 해당 법인이 투자로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액수를 투자에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공장 설비와 같은 유형자산 투자에만 37조5920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25조3678억원 대비 48.2% 급증한 수치로 반도체 초격차를 위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고가의 설비를 들여온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UV는 파장 길이가 13.5나노미터(nm)로 첨단 공정에 활용된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대비 14배 짧아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데 적합하다. 이 때문에 5나노미터(nm,1nm는10억분의1m) 이하의 미세공정을 도입한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은 대당 2000억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EUV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메모리 반도체의 첨단 공정 전환과 라인 증설로 투자를 확대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역시 5나노 공정을 중심으로 투자비를 확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최근 미국과 대만, 중국 등 해외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이를 감안한다면 삼성전자는 향후에도 지속적인 투자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투자확대 행보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줄 곳 반도체 등 주력 분야에서의 ‘초격차’ 실현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옥중 메시지를 통해 이 부회장은 “제가 처한 상황과는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 충실하고,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동시에 판매촉진비와 광고선전비 등 비용은 줄이며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판매촉진비와 광고선전비는 각각 5조8620억원, 4조26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7.5%씩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판매망이 마비된 상황에서 온라인 채널에 집중했고 이를 통해 광고비와 판촉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오프라인 판매가 절대적인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의 경우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며 수익성을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CE부문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3조5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테크노 경영대학원 교수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삼성전자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들은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고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이를 위한 투자가 필수”라며 “지금의 삼성전자가 있기까지 과감한 투자가 밑받침 됐던 만큼 향후 경쟁력 확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기 이후 도약하는 기업들의 특징이 어려운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원가 구조 개선을 이뤄낸다”며 “삼성전자 역시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