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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安 양보 전쟁…아름다운 단일화 다가섰지만 실무협상은 '혼돈'


입력 2021.03.20 07:00 수정 2021.03.20 07:41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각자 후보 등록한 날 펼쳐진 양보전쟁

단일화 협상 재개 물꼬 텄지만 갈길 '구만리'

협상 마무리 시점 따라 두 후보 유불리 엇갈린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오른쪽) 가 19일 각자 서울 여의도 국회와 종로구 서울시선구관리위원회에서 단일화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사진취재단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9일 상대 후보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며 '양보 전쟁'을 벌였다. 두 후보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15분 간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상대 후보의 요구를 다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양측 모두 야권의 승리라는 대의를 우선해 양보 의사를 밝히며 '아름다운 단일화'에는 한발짝 다가갔다는 평가지만, 실무협상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철수 "유선 10%, 경쟁력·적합도 받아들인다"
오세훈 "무선 100% 받아들인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요구하는 유선전화 10% 포함 방안을 참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것도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는 "오 후보가 말씀하신 경쟁력과 적합도를 각각 50%식 반영하는 것 역시 받아들이겠다"며 "이제 만족하십니까. 다 수용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안 후보의 기자회견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세훈 후보가 또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또 하나의 바보 같은 결정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비록 여론조사의 기본원칙에는 어긋나지만, 안철수 후보가 제안한 무선 100%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오 후보는 "무선 혼합조사가 걸림돌이었는데, 유선을 제외하고 무선으로 조사하는 것을 제가 양보하고 전격 수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결정으로 제가 야권 단일 후보로 선택되지 못하는 정치적 손해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 서로 단일화 룰을 두고 벌이던 지루함 다툼이 끝나고 갑자기 '양보 경쟁'이 벌어진 셈이다.


두 후보 '양보 경쟁'에 실무협상은 오히려 복잡해져
협상 언제 마치느냐에 따라 양 후보 유불리 달리질 수도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실무협상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러나 양측이 동시에 '양보'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실무협상은 오히려 더 복잡해지게 됐다. 한 후보만 일방적으로 양보할 경우 새롭게 협상할 거리가 없지만, 양측이 동시에 양보를 하겠다고 나선 이상 오히려 협상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제 협상을 마치고 여론조사를 시작하느냐에 따라 두 후보의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어 이 또한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더 많은 주말 여론조사의 경우 안철수 후보가, 평일 여론조사는 오세훈 후보가 선호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양측 실무협상단이 이날 '양보 전쟁'이 끝난 뒤 협상 재개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 것도 이러한 '표 계산'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민의당 협상단의 이태규 사무총장은 빠른 협상 재개를 위해 이날 오후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실을 직접 찾기도 했다. 이 사무총장은 정 사무총장 방 앞에서 "저쪽에서 원하는 대로 다 해준다"며 "(협상 재개를) 요청하러 왔다"고 했다.


그러나 정 사무총장은 "이게 이태규식인가. 뭡니까. 난 신뢰가 안 간다. 후보가 만남을 요청했으니 상황보며 연락하자"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후 두 사람은 약 5분 동안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이후 이 총장은 "저희는 다 스탠바이 상태니까 언제든 연락주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 협상위원들도 당사에서 대기하고 있다"며 "오늘 밤이라도 빨리해서 끝을 봐야한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 총장은 "나는 이 총장에 대해 오늘 굉장히 유감스럽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내일은 (협상이)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보들 만남을 요청했으니까. 상황을 좀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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