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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의 인상팍!] 예견된 요코하마 참사, 책임은 누가 지나


입력 2021.03.28 07:00 수정 2021.03.28 09:16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10년 전 삿포로 참사 이어 요코하마서 굴욕적 패배

선수 소집 어려움·벤투 감독 불통 논란으로 위기 자초

삿포로 참사는 조광래 전 감독 경질 빌미로 작용

10년 만에 일본에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대표팀. ⓒ 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가 10년 만에 일본서 또 한 번 굴욕적인 패배를 기록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5일 오후 7시 20분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 축구대표팀과 친선 A매치서 0-3으로 패했다.


10년 전 삿포로 원정서 세 골차로 패했던 대표팀은 유럽파 9명이 합류한 일본과 현격한 실력 차이를 드러내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이번 패배는 삿포로 참사에 이은 요코하마 참사로 불릴 만큼 충격적이다.


하지만 이번 패배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정상적인 선수 소집이 어려운 상태에서 대한축구협회는 일본축구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번 한일전은 시작부터 잡음이 많았다. 급기야 한일전을 취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특히 일본은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시작일에 맞춰 한일전을 열었다. 도쿄올림픽을 문제없이 치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일본의 계획에 철저히 이용만 당했다는 평가다.


특히 일본은 매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이 쉽게 나온다. 국내보다 심각한 코로나19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으로 대표팀 선수들을 보내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한일전은 예정대로 열렸다.


예상대로 소집은 쉽지 않았다.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황의조(보르도) 등 핵심 유럽파들이 부상과 코로나19로 인한 소속팀의 반대로 한일전에 합류하지 못했다.


반대로 일본은 미나미노 타쿠미(사우샘프턴)와 요시다 마야(삼프도리아) 등 공수핵심 유럽파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부 유럽파들은 소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불러들일 수 있는 선수 자원 자체가 워낙 많았다. 더군다나 홈에서 열리는 평가전이었기 때문에 더욱 선수 소집에 의욕을 불태울 수밖에 없었다.


한일전 선수 차출과 관련해 불통 논란을 일으킨 벤투 감독. ⓒ 대한축구협회

한국은 이강인(발렌시아)과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등 2명의 유럽파만 합류했다. 두 선수 모두 냉정하게 봤을 때 대표팀의 핵심 전력은 아니다. 반대로 일본은 무려 8명의 유럽파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벤투 감독은 불통 논란을 일으키며 팀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홍철을 발탁한 것도 모자라 선발 명단에 포함시키며 위기를 자초했다. 이강인을 전반에 제로톱으로 가동했던 전술은 실패로 돌아갔다.


단순히 좋은 경험을 했다 치고 넘어가기엔 이번 한일전은 잃은 것이 너무 많다. 벤투 감독이 한일전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지만 또 한 번 굴욕적인 패배로 국민들은 큰 상처를 입었다. 가장 큰 문제는 예견된 패배였다는 점이다.


이 시국에 굳이 했을 필요가 있었나란 의구심이 드는 한일전을 무리하게 강행했다가 예상대로 참패를 당하자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한일전 패배는 단순히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10년 전 삿포로 참사는 조광래 전 감독이 경질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단순한 0-1 패배가 아닌 세 골차 굴욕적 결과다.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벤투 감독을 경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면 벤투 감독이 아닌 누군가는 예견된 요코하마 참사를 강행한 책임을 져야 한다. 성명을 통한 단순 사과로 넘어갈 일은 아니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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