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받아 빚투"…코스피 '불장'에 신용대출·마통 팽창 [머니, 이탈과 폭주①]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6.03.03 07:02  수정 2026.03.03 07:02

12월 말 가계신용잔액 1978조8000억…2002년 이후 최대

마이너스통장 잔액 41조825억원…한달 새 9988억원 늘어

정부 규제에도 코스피 6000 랠리에 '빚투' 수요 주식시장으로

"조급한 투자 심리가 시장 지배…가계소비 위축·연체 급등 위험"

지난 2월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최근 가계 빚이 다시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6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 강세가 이어지면서 투자 자금을 마련하려는 신용대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주식시장으로 몰리며 신용대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7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1964조8000억원)보다 14조원 늘어난 규모로 200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한동안 둔화 흐름을 보이던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신용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1조825억원으로 한 달 새 9988억원 늘었다. 잔액 기준으로는 2022년 12월(42조546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통상 연초에는 상여금 유입 등의 영향으로 신용대출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오히려 확대 흐름이 나타났다.


이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선 상황에서도 개인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로 쏠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 '9.7 대책', '10.15 대책' 등 세 차례에 걸쳐 수도권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부동산 규제에 나섰다.


그 결과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됐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강화, 대출 한도 적용 등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 투자가 막히자 투자자들이 신용대출을 활용해 주식시장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간 시세 차익을 노리는 레버리지 투자가 '코스피 6000' 랠리와 맞물리면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빠르게 불어나는 양상이다.


레버리지가 확대된 상황에서 향후 변수는 금리 흐름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된 가운데 시장금리가 다시 오름세를 보일 경우 신용대출 금리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신용대출은 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데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차주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경우 레버리지 투자에 나선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동시에 불거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거나 반대로 급하게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신용대출 중심의 부채 증가가 이어질 경우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 요인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상황에서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고금리 부담보다 자산 가격 상승 기대를 더 크게 보는 '조급한 투자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이자 부담이 가계 소비를 위축시키고,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시가 조정받을 경우 신용투자는 변동성을 키우는 증폭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반대매매가 또 다른 투매를 부르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스트레스 DSR 강화와 신용공여 관리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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