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소법 혼란 최소화 '전담창구' 마련…FAQ 등 후속지침 계속
"준비 미비에 제도 안착 갈 길 멀어…시행기간 늦추고 대책 마련해야"
최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과 관련해 금융권 안팎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하루에 하나 꼴로 대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제도 안착까지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높아지면서 법 적용이 안정화될 때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회사 애로사항 신속처리 시스템' 운영에 나섰다. 금소법 관련 애로·건의사항, 법령해석 요청 등이 접수되면 당국 검토가 필요한 사항은 접수 후 닷새 내 회신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담창구는 금소법 계도기간인 6개월 동안 집중 운영된다.
이번 전담창구 운영은 금소법 시행 초기 새로운 제도에 대한 문의사항에 대해 신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현장 수요가 예상보다 많아지자 부랴부랴 마련됐다.그동안 각 금융권협회 내 금소법 전담 TF를 통해 질의사항을 취합해왔으나 예상 밖 수요에 애로사항 처리창구를 확대 재편해 직접 소통에 나선 것이다.
금소법 시행에 따른 금융당국 지침도 ‘현재진행형’이다. 금융위는 지난 29일 은행직원이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설명서를 하나한 다 읽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금소법 시행에 따라 투자상품 가입시 상품설명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구두를 읽고 이를 녹취하기 위해 펀드 가입에 1시간 이상 소요되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등 현장 혼선이 발생하자 상품 설명의무에 대한 유연한 접근을 주문한 것이다.
금융당국 수장도 금소법 시행 관련 뒷수습에 나서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소법 시행 하루 뒤인 지난 26일 시중은행장들과 긴급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안타깝지만 ‘빨리빨리’와 소비자 보호는 양립하기 어렵다”며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불완전판매라는 과거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이번 금소법 시행의 중요성을 적극 피력했다.
그러나 이같은 당국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이 안정화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소법 규정을 세분화한 시행령과 감독규정이 법 시행 며칠 전에야 의결돼 판매주체인 금융회사들에 시행에 따른 매뉴얼 제작 준비 등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예견된 혼란’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금소법 시행을 위한 충분한 준비가 이뤄질 때까지 유예기간을 연장해 정식 도입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정책당국이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제안하고 반영토록 했어야 했지만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지금이라도 매뉴얼을 구체화하는 등 노출된 문제점을 바로잡고나서 법 시행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무리한 금소법 시행은 금융회사 뿐 아니라 금융소비자에게도 불편을 넘어 제2의 피해까지 줄 수 있다”면서 “법 시행으로 인해 더 불편해진 소비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법이 정착될 때까지 미스터리쇼핑 금지, 금융소비자실태 조사 중지, 블랙컨슈머로부터 임직원 보호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