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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는 곳은 많은데...발 묶인 이재용, 고심 깊은 삼성


입력 2021.04.08 06:00 수정 2021.04.07 18:17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반도체 공급 대란 속 자급론 대두...투자 압박 가능성

미·중 패권 다툼 속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 외교력 필요

이재용 부회장 부재로 대응력 약화...경쟁력 상실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정세로 인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차량용 제품으로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사태가 초래되면서 반도체가 핵심 안보 자원으로 부상하고 자급론이 대두되면서 미국과 중국간 패권 경쟁 한복판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복잡한 현실에서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영어의 몸으로 손발이 묶인 상태여서 문제 해결이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8일 관련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국과 중국 정부의 반도체 러브콜 속에서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양국이 주요 생산 기지이자 시장이어서 슬기로운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12일 반도체 부족 문제 해결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글로벌 기업들을 초청했으며 삼성전자가 명단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제너럴모터스(GM)와 글로벌파운드리 등 10여개가 참석할 예정으로 전 세계 반도체 1위 인텔과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타이완 TSMC의 참석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초청이 주목받는 이유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대란 상황으로 포드·GM·테슬라 등 미국 자동차업체들도 생산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로서는 수급난 해소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국 내 반도체 생산기지 확보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어 회의에 참석하는 삼성전자에 대규모 투자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기존 공장이 있는 오스틴 지역이 유력한 상황인데 미국 정부가 투자 규모 확대나 추가 투자 등을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이미 자국 반도체 사업에 500억달러(약 56조원)를 투자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에 대한 러브콜은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일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에 반도체와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에서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 차원의 논의이기는 하지만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논의 주체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미국과 중국이 잇달아 삼성에 손을 내민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은 점에서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경쟁을 넘어 갈등 관계에 놓인 양국 사이에서 균형잡힌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심이 깊을 수 밖에 없다.


중국은 우리의 반도체 전체 수출량 중 40%를 차지하고 홍콩까지 감안하면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미국은 대만·일본과 함께 한국을 첨단 반도체를 조달하는 국가로 삼고 있는데다 초대형 IT 기업들이 많아 우리로서는 대형 고객 확보를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투자 요구를 적절히 수용하면서도 실리를 챙겨하는 것은 물론, 양국의 눈치를 봐가면서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균형잡힌 전략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말처럼 쉬운 상황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의 초청 보도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 속에서 양국 모두 반도체를 국가 안보 핵심 자원으로 보고 있는데다 미국의 경우, 자급론을 기치로 공급망 재편 의지를 보이고 있는 터라 더욱 신중하고 면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칫 대응력 부족으로 모두 중요한 두 국가 중 하나를 아예 상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재계에서는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외 외교력과 협상력이 필요하다며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를 못내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기업 총수로서 그동안 축적해 놓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맥을 가동해야 하는 상황인데 영어의 몸이어서 직접 움직일수가 없는 것을 못내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 부회장을 대신해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정재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 등이 백악관 초청 행사에 참석이 점쳐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협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은 오는 18∼21일 중국 하이난다오 보아오에서 개최되는 ‘2021 보아오포럼’ 참석자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취소돼 2년만에 열리는 이 행사에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해 후원하지만 아직 참석자와 참석방식(온라인·오프라인)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보아오포럼은 매년 3~4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주요 정·재계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교류 채널로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기도 한다. 반도체 외교가 절실히 필요한 삼성전자로서는 좋은 논의의 장임에도 활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3년 최태원 회장의 후임으로 보아오포럼의 이사회 상임이사로 선임된 이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행사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후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와 재판이 시작되면서 참석하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상임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에 이어 공급대란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변화의 파고가 커지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대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오너의 부재로 인한 대응력 하락은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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