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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대이동] 정권탈환 가능성↑…野 대권경쟁 조기점화할듯


입력 2021.04.08 03:40 수정 2021.04.08 13:13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극단 세력과 거리 두며 중도와 단일화 해내면

내년 대선에서도 '해볼만 하다'는 정서 확산

장외 최대 주자 윤석열 입당 여부에 시선 집중

유승민, 재보선 이튿날부터 발빠른 공개 행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DMC 거리에서 뚜벅이 순회 인사를 진행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7 재·보궐선거로 서울과 부산의 민심이 현 정권에 등을 돌린 게 확인되면서 중도보수 야권의 정권탈환에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야권의 차기 대권경쟁이 조기 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오전 2시 현재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개표율 94.2%인 가운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57.6%,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39.1%를 득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에서 42.3%를 득표해 당선됐는데, 박 후보의 득표율이 이를 밑도는 수치로 내려간 것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격차가 더욱 크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 62.7%, 민주당 김영춘 후보 34.4%다. 지난 대선에서는 문 대통령이 부산에서 38.7%를 득표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32.0%)를 누른 바 있었다.


이른바 '태극기 부대' 등 일부 극단적 세력과 계속해서 거리를 두면서, 이번 재보선처럼 야권 단일화를 해서 구도만 1대1 대결로 맞추면 내년 3·9 대선에서도 '해볼만 하다'는 정서가 야권에 자연스레 번져나갈 수 있는 여건이다.


'차기 대선이 정치인생 마지막 도전'임을 일찌감치 공언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가장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개표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자마자 "민심은 무섭고 현명하다. 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정부·여당이 미워서 나타난 표심"이라며 "조금이라도 착각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이 원하는 개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보선 민심이 드러난 이튿날인 8일 당장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서 '어떻게 집권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이를 놓고 유 전 의원이 대권경쟁 조기점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승민 "자만하지 말고 겸허히 개혁 계속해야"
재보선 이튿날 마포포럼 '집권의 길' 주제발표
윤석열, 재보선 도중 정중동 속 '메시지 정치'
'비호감' 문제 해결된만큼 입당 기대감 높아져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윤 전 총장의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사전투표를 위해 투표소로 들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유 전 의원의 '신호탄'에 따라 야권의 시선은 장외 최대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쏠릴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이번 재보선에서는 일단 정중동의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개를 끌고 산책 나왔다가 때마침 인근에서 거리 인사 중이던 야권 후보와 '우연히' 조우하는 방식 등으로 야권에 힘을 싣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그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대신 "(이번 재보선은)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 등의 간접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재보선의 결과로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사이의 정치적 거리가 좁혀졌다는 분석이다. 그간 국민의힘의 '비호감'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3지대' 등의 제안이 나왔다. 그러나 국민의힘 후보가 60% 안팎의 득표를 획득한 만큼, 이 문제는 해결이 됐다는 관측이다.


서울시장 후보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제3지대 단일화'를 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제1야당의 조직력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앞에서 끝내 쓴잔을 마셨다는 점도 고려할 요소다. 윤 전 총장이 대권을 위해 국민의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김태호, 부산 상주하며 재보선 '마일리지' 쌓아
원희룡, 답답했던 보선…대권행보 본격화할듯
홍준표, '김종인 비대위' 종료 계기로 복당 모색
황교안, 재보선서 '역할' 자처했으나 뜻 못 이뤄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왼쪽)와 김태호 의원이 25일 오전 부산 진구 부전시장에서 선거운동 출정식을 갖고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태호 의원은 한 달간 부산에 상주하며 박형준 후보 당선을 지원했다. 김 의원은 공식선거운동기간에 들어서기에 앞서 "이번 보선은 대선의 전초전이자 정권교체의 서막"이라며 "이번에 민심 이반이 확인되면 대선 판도는 크게 요동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같은 공언은 정확히 현실이 됐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지원 활동을 통해 대선의 핵심 '스윙 스테이트' 권역인 부산·울산·경남(PK)에서 '마일리지'를 쌓은 김태호 의원도 대권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원 스스로도 "선거가 끝나고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내 쓸모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겠다"며 "그 쓸모가 대선 출마라면 피할 생각은 없다"고 자신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다소 답답한 재보선 기간을 보냈다. 현직 광역단체장 신분으로서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때문에 오세훈·박형준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행동이나 메시지를 취하지 못했다.


지지층이 겹치는 유승민 전 의원이 재보선 이튿날부터 발빠른 행보를 보임에 따라 원 지사도 어떤 식으로든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관여하지 못했지만, 한 차례 부산에 내려가 박형준 후보 지원 유세를 했다. 또, 자신의 정무특보를 지낸 오태완 후보가 경남 의령군수 재선거에서 압승했다. 홍 의원은 자신의 복당을 막아왔던 '김종인 비대위'가 막을 내리는대로 복당부터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전 대표는 재보선 과정에서 '역할'을 해서 대권 행보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는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황 전 대표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국민의힘 후보들로부터 지원유세를 요청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로도 대권행보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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