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IEA 등 글로벌 에너지 기관 올해 수요 잇따라 상향
경기부양책 및 백신 접종 등으로 수요 회복 기대감
국제유가 강세와 더불어 주요 에너지 기관들이 석유 제품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면서 정유사들이 올 하반기부터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업계는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함께 미국·중국 등을 중심으로 진행중인 대규모 인프라 투자 효과로 올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뚜렷하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집단 면역이 예상대로 이뤄지지 않고 경기부양정책이 산업 전반에 더디게 영향을 미칠 경우, 정유업계 회복은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4월 보고서(MOMR)를 통해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9646만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9051만배럴 보다 6.6% 늘어난 수치다.
OPEC은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올해 석유 수요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부양책과 코로나19 봉쇄조치 완화 등을 반영한 것으로, 2019년 대비 96%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이달 보고서(OMR)에서 백신 접종에 따른 수요 회복으로 작년 초과 재고가 소화되고 있다며 올해 평균 석유 수요를 전년 보다 6.3% 늘어난 9670만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 역시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국제유가는 14일 기준 배럴당 평균 64.09달러대로 상승했다. WTI(서부텍사스유) 가격은 63.15달러로 올해 초 47.62달러 보다 15.53달러(32.6%) 올랐다. 두바이유는 10.07달러(19.2%) 많은 62.56달러, 브렌트유는 15.49달러(30.3%) 상승한 66.58달러다.
최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주 원유 재고가 589만배럴 줄어든 4억9242만3000배럴로 집계됐다고 발표하면서 원유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통상 호재로 본다. 유가가 오르는 것이 정유사 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나, 석유제품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최근 2달러대를 회복하면서 수요 회복 분위기를 높이고 있다.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지난 4주 연속 배럴당 1.7달러대에 머물다 4월 둘째주 들어 2.1달러대로 올라섰다. 항공 운행 수요 등이 늘어나며 항공유 마진 등이 개선된 영향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아직까지는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나 국제유가 상승·석유제품 수요 회복 흐름이 정제마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글로벌 전역으로 확산된데다 미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확정되면서 하반기로 갈 수록 석유제품 수요가 뚜렷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이 5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작년 1분기 1조775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345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다.
작년 1분기 1조73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에쓰오일도 올해 1분기엔 3408억원의 영업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백신 보급 및 글로벌 경기 부양책 등에 따른 수요 회복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 면역 형성 기간이 예상 보다 늦춰지거나 경기부양책이 고용 시장이나 산업 전반에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경우, 수요 회복은 뒤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은 3~4월 정기보수 등으로 공급 조절에 나서는 한편 '비정유' 부문 사업 재편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SK에너지는 지난달 중순부터 한 달 간 울산 제4CDU(원유정제시설) 정기보수를 진행했다. GS칼텍스도 지난 3월 여수 제4CDU 정기보수를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