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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소매금융 출구전략 논의…철수 시나리오 셋


입력 2021.04.27 14:53 수정 2021.04.27 14:5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이사회 열고 방안 마련 돌입…"신중하게 검토"

분할 혹은 통매각 가능성…청산 수순 우려도

한국씨티은행이 27일 이사회를 열고 소매금융 철수를 위한 출구전략 논의에 들어갔다.ⓒ뉴시스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 시장에서의 철수를 선언한 이후 본격적인 출구전략 논의에 들어갔다.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이 우선 사업부 분할매각 혹은 통매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두 시나리오 모두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는 만큼, 최악의 경우 별다른 대안 없이 청산 수순을 밟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씨티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국내 소매금융 출구전략에 대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다만 씨티은행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는 관련 논의를 위한 첫 회의로, 뚜렷한 대안을 내놓기까지는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티은행의 본사인 씨티그룹은 앞선 이번 달 15일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 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직후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경영진과 이사회가 함께 추후 가능한 모든 실행 방안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씨티은행이 자산관리(WM)와 신용카드 등 소매금융의 각 사업 부문을 쪼개 별도로 매각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려 왔다. 가격 부담을 비교적 덜 수 있어 인수자를 찾기가 용이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아킬레스건은 WM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신용카드 사업부다. 전국구 금융사로 도약하려는 지방금융그룹이나 1금융권 진출을 노리는 저축은행 입장에서,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로 한 영업에 특화돼 있는 씨티은행의 WM 비즈니스는 매력적인 매물일 수 있다. 반면 신용카드의 경우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사업자가 포착되지 않고 있어 매각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대안은 통매각이다. 개별 사업부의 매각 여부를 둘러싼 고민을 덜 수 있다. 씨티그룹은 2014년 일본 시장에서 소매금융을 철수할 당시에도 통매각 방식으로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 사업을 넘긴 사례가 있다.


문제는 불어나는 몸값이다.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통매각 시 인수 가격이 2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 정도 매물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시중은행을 보유한 대형 금융그룹들이 나서줘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이미 확고한 소매금융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곳들이다. 굳이 겹치는 사업부를 매입하기 위해 수 조원에 이르는 돈을 쓰겠냐는 회의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악의 케이스는 끝내 매각에 실패해 사업 폐지로 돌입하는 수순이다. 실제로 2013년 HSBC은행이 한국 시장에서 소매금융 부문을 산업은행에 넘기려다 실패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철수한 경험이 있다. 기존 직원들의 고용 승계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씨티은행 노조 역시 소매금융 철수 결정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출구 전략 추진에 어려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씨티은행 노조는 씨티그룹의 결정에 대해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발표라며 강하게 반발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매각을 두고 아직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은 가운데, 사업 폐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을 경우 정리 기간은 수개월이 걸릴지 수년이 걸릴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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