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韓美 2+2회담서
주한미군 여건 보장 논의
한 달여 만에 후속조치 '탄력'
한국과 미국의 외교·국방 장관 회담(2+2회담)에서 주한미군 주둔 여건 개선이 논의된 지 한 달여 만에 관련 조치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28일 국방부와 주한미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장비·자재 반입이 완료됐다.
인근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100여명은 이른 아침부터 기지 진입로 입구에서 농성을 벌였지만,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국방부는 전날 "성주기지 한미 장병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시설개선 공사용 자재 및 물자 수송과 이동형 발전기 교체 및 발전기 지원장비 수송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지상수송은 성주기지 사드체계의 능력 변화와는 무관하다"며 중국의 반발 가능성을 고려한 입장을 내놨다.
실제로 이번 물자 반입은 근무 장병 복지 개선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미 군 장병들은 지역 주민 및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막사 공사 등에 필요한 자재를 반입 받지 못해 4년째 컨테이너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軍, 대규모 훈련장 확보 추진
주민 불만으로 사격장 이용제한 여파
국방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주한미군이 이용 가능한 대규모 훈련장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는 미국 측이 그간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온 '훈련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주한미군은 지난해부터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경기 포천 영평사격장 인근 주민 항의로 인해 일부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는 업무보고 자료에서 "2019년 4월부터 작년 2월까지 수성사격장 내에서 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이 시행됐으나 작년 10월 이후 주변 반대 시위 등으로 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영평사격장과 관련해선 "작년부터 주민대책위에서 사격장 폐쇄를 주장하며 사격 반대 시위를 지속하고 있고 그해 5·6·12월 주민 시위로 미군의 MLRS(다연장로켓) 사격 훈련이 제한됐다"고 전했다.
美, 지난해부터 꾸준히 문제제기
2+2회담서도 여건 개선 주문
미국 측은 지난해부터 훈련 제약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실제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그간 한국군 고위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 훈련 여건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달 10일(현지시각)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국 내 훈련장 및 공역(空域·airspace) 이용 제한은 우리의 군사대비태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미국 측은 지난달 서울에서 개최됐던 한미 2+2회담에서도 주한미군 주둔 여건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2+2회담 당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성주 사드기지 방치를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는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선 "사실 확인이 제한된다"면서도 "성주 기지의 환경 개선과 (주한미군의) 훈련 여건 보장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었다.
"文정부, 쿼드 협력 어려우니
차선책으로 주한미군 여건 개선 나선 것"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관련 조치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데 주목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중국 견제에 거리를 두는 대신, 차선책으로 주한미군 주둔 여건 개선을 추진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환심을 사려 한다는 관측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문 정부가 쿼드에 적극 협력하기 어려우니 차선책으로 주둔 여건 개선에 나선 것"이라며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쿼드(Quad)는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중국 견제 성격의 협력체로, 문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쿼드에 대한 '공식 가입 권유를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