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지도 않을 일' 뜻…김용판 '사과 요구' 반박
정진석 "일에는 선후(先後)와 경중(輕重) 있다
정권교체란 큰 강물에 자잘한 감정 씻어내야"
국민의힘 당내 최다선인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사로서 행한 과거 수사는 자신의 자리에서 본분을 다한 것일 뿐이라며, 이에 대해 일일이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협량(狹量)하고 되지도 않을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진석 의원은 29일 오후 SNS에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한 '윤석열 검사',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검의 '윤석열 팀장'은 우리 사법체계에서 주어진 역할을 했다"며 "검사 윤석열은 자신의 자리에서 본분을 다한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같은 당 김용판 의원은 서울경찰청장 재직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에 관련이 있다는 혐의로 당시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부터 수사받고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으며, 1심·항소심·상고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이 나왔다.
이에 김 의원은 전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할 일에 대해서는 사과하는 자세를 보여달라"며 "진정성 있게 고해성사하는 과정을 거쳐야 예의주시하고 있는 수많은 우국인사들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김 의원의 요구에 대해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정치권의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최대의 정치적 자산이 '정의'와 '공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나 문재인 대통령 측근 수사나 성역 없이 했다는 게 핵심인데, 개별 사건에 대해서 사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른바 '적폐' 관련 수사에 대해서 사과를 시작하게 되면, 김 의원이 말한대로 '예의주시하는 우국인사들'이 '박영수 특검'에서 행한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수사까지 사과하라고 압박할 우려가 높다. 이렇게 되면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스스로 허물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검찰' 체제에서 마찬가지로 '적폐' 관련 수사를 당했던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딸이 수능 시험을 치르는 날 서울중앙지검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며 "너무 힘들고 괴로워 노끈을 욕실에 놓아두고 망설이지 않으려 했다"고까지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이 악마로 보였을 수는 있지만, 그 악마와 손을 잡고 어둠을 헤쳐낼 희망이 보이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윤석열이라도 안고가서 이 정권을 끝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진석 의원도 이날 마찬가지로 개별 사건에 대한 사과 요구는 '되지도 않을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정 의원은 "좁쌀에 뒤웅박을 판다는 말이 있다. '지나치게 협량하다' '되지도 않을 일'이라는 두 가지 뜻"이라며 "검사 윤석열에게 수사했던 사건들에 대해 일일이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좁쌀에 뒤웅박을 파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일에는 선후와 경중이 있다. 지금 우리 야당이 수행해야할 시대적 대의는 정권교체"라며 "정권교체라는 큰 강물에 자잘한 감정은 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