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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처벌법'으로도 다 처벌할 수 없는 스토킹


입력 2021.05.03 05:00 수정 2021.05.02 19:15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반의사불벌이 과연 피해자 의사와 인권을 존중할 수 있는 조항인지 의문"

"가해자 처벌하는 데 집중해 피해자 보호에 미흡"…법원·수사기관 '인식 개선' 절실

"좋아하는 이성 몇 번 따라다니면 감옥가야 하는 세상"…일각에선 "지나치다" 불만도

ⓒ게티이미지뱅크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스토킹처벌법)'이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10월 21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지금까지 경범죄 처벌법을 적용해 10만원 이하 벌금형이나 구류·과료에만 처할 수 있던 스토킹 행위가 최대 징역 5년 이하의 처벌을 받는 정식 범죄로 규정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졸속 입법과정과 각종 법적 미비를 지적하며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문제를 삼는 대목은 우선 처벌의 수위가 약하다는 것이다. 또 이번 스토킹처벌법에 포함된 '반의사불벌' 조항을 거듭 지적하고 있다. 반의사불벌은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힐 경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범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 조항이 과연 피해자의 의사와 인권을 존중할 수 있는 것인지에 의문을 갖는 것이다.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은 "스토킹 범죄는 부부나 연인 등 아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피해자에게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연 이런 상황에서 반의사불벌이 피해자의 의사와 인권을 존중할 수 있는 조항인지에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반의사불벌에 따라 사실상 의사에 반해서는 원칙적으로 처벌을 못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신고를 하고 기소가 되더라도 계속적으로 합의를 종용해 오히려 스토킹 피해가 신고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100m 이내에 접근을 못 하도록 하고 접근할 경우 과태료를 처분하는 조항도, 100m 이내 접근을 못하도록 신고하고 결정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고, 이런 경우에도 처벌의 수위가 과태료로 미미하기 때문에 실효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스토킹처벌법이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 집중돼 피해자 보호에는 미흡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피해는 엄청나다"며 "무엇보다 심리치료 병행 등 피해자 보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토킹 범죄에 대한 법원의 인식이 바로 서지 않을 경우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에만 그치는 등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범행이 벌어진 다음에 처벌하는 것은 너무 늦는 만큼 피해자 보호명령제를 도입해 피해자가 신청하면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신변보호 조치들이 이뤄질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오는 10월 법 시행 전이라도 피해자에게 숙식, 상담, 의료·법률 지원을 먼저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행될 법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명확해지는 점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지원 업무를 하기로 한 것이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은 "스토킹처벌법 제정으로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명확해진 만큼 한 명의 피해자라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의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특히 면식이 있는 사이일 경우 스토킹의 문제인데도 개인 간의 문제로 봐서 수사기관이 형사적인 개입을 안하다 나중에 강력범죄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수사기관들의 보다 능동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어디까지가 ‘스토킹 범죄인가"라는 궁극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몇몇 시민들은 "단순한 애정표현이나 구애도 스토킹 행위로 분류될 수 있느냐"며 "좋아하는 이성을 몇 번 따라다니면 감옥에 가는 세상이 됐다. 너무 지나치다"고 불만을 토로헸다. 이는 실제로 법 제정 논의단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점 가운데 하나이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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