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美에 의존하지만, 北 비핵화 위해 中에 기대야
지난해 대중 수출 비율 1위...경제적 연관성도 높아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는 외교 전략을 펼쳐왔다. 정치와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 경제 측면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두루 유지하겠다는 기조다.
미국의 대중 공세는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 한국에도 은근한 가입 압박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대북 정책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실현을 위해서는 양국의 역할이 모두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안보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면서도 북한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영향력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기에, 미중 틈새에서 한국의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일 오후 푸젠(福建)성 샤먼(廈門) 하이웨호텔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다. 한·중 외교장관은 북핵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한반도 정세의 안정된 관리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에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며 “한·중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갖고 있다, 우리는 중국 정부가 관련 노력을 지지한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한미일 연대에 쐐기를 박는 수단으로 한국을 향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으로 한국을 끌어들여 한미일 3국의 연대를 흔들려는 자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중국 배려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앞두고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중립·균형만 지켜 줘도 중국은 굉장히 고마워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한국은 북한 비핵화 문제 외에도 경제적인 면에서도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지난해 기준 한국 수출 가운데 대중 수출 비율은 25.1%로 1위였으며, 대미 수출 비율은 13.5%로 2위였다.
미중 갈등 심화 속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은 “더욱 심해지는 자국 중심주의와 강대국 간 갈등이 우리 경제에 적잖은 부담”이라고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미중에 대한 한국의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 존재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곤혹스러움을 드러낸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미국의 1차 외교는 중국 억제고, 중국은 이에 대응하는 양상”이라며 “이 사이에서 한반도 문제에 급급한 한국은 중국과 돈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서는 청와대·통일부·외교부 등 우리나라 혼자서 어떤 것을 시도하려 하기 보다는, 미중과 다양한 논의를 끊임없이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