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에 선진시장 승격 건의..."FTSE 등 선진국으로 분류"
경제위상·투자환경 등 5가지 이유 제시...지적 조목조목 반박
전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국제화된 주식시장을 보유한 국내 증시가 선진시장 지수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위상과 투자환경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신흥시장 지수로 분류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는 지난 4일 모건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측에 한국을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승격시켜줄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고 5일 밝혔다.
MSCI는 경제발전 정도, 주식시장 규모 및 유동성, 시장 접근성 등을 기준으로 전 세계 주요 증시를 선진시장(미국·일본 등 23개국), 신흥시장(한국·중국 등 27개국), 프론티어시장(베트남 등 26개국)으로 분류한다. 글로벌 기관투자자·펀드매니저들은 이 기준을 벤치마크해 국가별 투입자금 규모를 결정한다.
전경련은 한국이 MSCI 선진시장에 편입돼야 하는 근거로 ▲한국경제의 위상 ▲외환거래 편의성 ▲평가의 공정성 ▲투자환경 개선 ▲정보접근성 제고 노력 등 5가지를 제시했다.
MSCI는 지난 1992년 한국을 신흥시장에 편입, 2008년부터 매년 연례시장분류에서 한국의 선진시장 승격을 검토했으나 승격시키지 않았다.
경제발전 정도와 주식시장 규모 및 유동성은 기준에 충족하지만 시장 접근성이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원화의 환전 편의성 미흡과 외국인 투자자 제도 경직성 등으로 한국은 승격 실패했고 지난 2014년 6월 선진시장 승격 관찰대상(Watch List)에서도 제외된 상태다.
전경련은 이에 대해 5가지를 이유를 들어 승격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우선 한국이 글로벌 경제대국이자 국제화된 주식시장을 보유한 선진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의 2020년 국내총생산(GDP)은 1조6000억달러로 전 세계 10위를 차지했고 실물경제뿐 만 아니라 주식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조2000억달러로 세계 13위,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지난 2019년 기준 1조9000억달러로 세계 4위의 글로벌 최상위권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등 MSCI의 선진시장 편입요건 정량지표도 모두 충족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FTSE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증시 지수 산출기관이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SE 지수는 지난 1995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런던 증권거래소가 공동 설립한 FTSE 그룹에서 발표하는 시장분류 주가지수로 MSCI 지수와 함께 세계 2대 벤치마크지수의 하나다.
전경련은 글로벌 증시 지수 산출 기관인 다우존스(1999년), S&P(2008년), FTSE(2009년)도 이미 한국 증시를 선진시장으로 편입했음에도 유독 MSCI만 한국을 신흥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활성화된 역내 외환시장 등으로 외국인투자자가 어려움 없이 증시 투자 중으로 외환거래의 편의성도 높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MSCI는 한국의 선진시장 편입 불가 사유 중 하나로 역외 외환시장 부재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의 환전상 불편을 지적했다.
이에 전경련은 역외 외환시장은 없지만 원화는 이미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통화로 외국인들이 한국증시 투자를 위한 자금을 환전하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달러 거래액은 전 세계 10위, 기축통화 제외시 호주달러·캐나나달러·스위스프랑·홍콩달러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전경련은 MSCI가 주장하는 한국의 역외 외환시장 허용은 거시경제, 통화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신청 경험이 있는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전경련은 일본 등 다른 선진시장과의 평가 형평성도 지적했다. MSCI가 지적한 한국 주식시장의 정보전달 체계상 문제점은 이미 선진시장으로 편입돼 있는 일본도 동일하다는 것이다.
MSCI는 영문 공시자료 부족 및 배당금 사후 결정 등 한국 주식시장의 정보전달체계(Information Flow)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 상장기업은 배당금액이 연말 배당락일 이후에 결정된다.
하지만 전경련이 국가별 MSCI의 평가의견서를 분석한 결과, 동일한 문제를 지적받은 일본에 대해서는 MSCI가 정보전달체계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경련은 "이처럼 양국의 동일한 문제점에 대해 유독 한국에만 개선필요 등급을 부여한 것은 국제적 형평성 위배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당국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편의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문제로 제기한 외국인투자자 편의성 제고에도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MSCI는 그동안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제도개선을 요구해왔다.
전경련은 그동안 MSCI가 지적했던 내용이 대부분 반영되면서 외국인 투자자 편의가 크게 개선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간소화, 투자목적 현금대출 제한 해제, 증시 거래시간 연장 등을 투자자 편의개선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금융당국이 민간의 시세정보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 중으로 민간사업자의 주식시장 시세정보 이용환경도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MSCI는 한국에 대해 민간 사업자의 주식 시세정보 접근성이 낮아 금융기관이 새로운 지수 인덱스 상품 등을 개발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전경련은 금융당국이 시세정보 접근성 제고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한국의 시세정보 접근성 제고를 위해 ▲해외 사례를 고려한 연구용역 추진 ▲시세정보 제공 규정 명확화 ▲지수상품 개발자 권리보호 등을 골자로 하는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정책실장은 이번 건의 배경에 대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주식시장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선진시장의 자격이 충분하다”며 “오는 6월 MSCI의 연례 시장분류 작업에 앞서 한국시장의 승격 필요성을 국내 경제계를 대표해 모건스탠리사에 설득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