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뒤집듯' 한 정책, 임대인·임차인 모두 '혼란'
"기존대로 정책 추진, 투기와 관련 없는 임대사업자 배려 필요"
문재인정부가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적극 권장하던 민간주택에 대한 임대사업자 등록제도를 한순간 뒤집으면서 시장의 반발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최근 확산하는 전세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기존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임대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견해다.
지난 14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는 대한주택임대인협회와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등록주택임대사업자 탄압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최근 정부 여당이 종합부동산세 면제, 양도소득세 감면 등 혜택을 보기 위해 다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사들이면서 시장 내 매물 잠김 현상을 부추겼다고 주장하며 그간 적용한 혜택 축소는 물론 제도 폐지까지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성창엽 협회장은 "무고한 등록주택임대사업자를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호도하고, 거짓된 정보로 부동산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라며 "정부가 장려하던 사업에 동참했는데 이제는 투기꾼으로 몰아간다"고 지적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에 따라 그해 12월 말 기준 46만8000가구의 임대주택 등록이 말소됐다. 올 4월까지 추가 강제발소된 임대주택과 자진 말소한 임대주택을 포함하면 등록임대주택 수는 100만가구 남짓이다.
이들 등록임대주택 10채 가운데 9채는 다세대, 연립,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로, 실질적인 집값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거라는 주장이다.
성 협회장은 "대부분 등록임대주택은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비아파트 유형"이라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임대사업자는 물론 임차인의 주거안정도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한 임대사업자는 "정부와 일종의 계약을 맺은 건데 제도를 마련할 때도, 수정할 때도 현장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았다"라며 "등록임대 말소, 임대차3법 등으로 갭을 메우기 위해 임대인들이 시세대로 집값을 올리다 보니 그간 비교적 안정적으로 거주하던 임차인들도 피해를 보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임대사업자로서 의무를 다 하고 받은 세제 혜택인데 이를 폐지하겠다고 하면서 반대급부로 의무를 다 하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정책 신뢰성과도 연계돼 있는 만큼 원래대로 돌려 임대차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야권에서는 이 같은 시장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기존 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제도를 급격하게 바꾸면서 아파트뿐만 아니라 빌라, 다세대 등을 보유한 임대사업자들은 그 지위를 잃고 세금폭탄을 떠안게 됐다"라며 "이 같은 부담은 결국 전월세 가격에 부담으로 작용해 빌라, 다세대 가격 상승까지 부추기는 모순을 낳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송 의원은 "향후 집값 안정으로 임대사업자들의 손실이 발생하면 세제 혜택을 추가로 부여하고 반대로 집값이 상승하면 구조적으로 시세차익을 일정 부분 가져가지 못하도록 보완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라며 "가장 효과가 빠른 건 기존 제도를 정상화 시켜 시장에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이미 공급된 임대주택에 대해 소급적용 되지 않도록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향후 제도 보완을 통해 투기세력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도 전세시장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거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혜택이 있으면 누군가는 공급하기 마련"이라며 "정부가 기존에 추진했던 정책대로 원상복구 하는 것만으로도 전월세시장 안정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혜택을 폐지하더라도 기존에 등록된 주택은 제외하고 새로 공급하는 임대주택에 대해서 적용해야 국민의 불편을 줄이고 소급적용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라며 "아파트 투기와 관련 없는 1가구 1주택의 장기보유자, 원룸형 임대사업자 등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