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으로부터 원전계열 위원 추천받은 이병령씨
靑으로부터 위원장 자리 제의받았단 소식 전해져
정세균 캠프 가입 후 정 전 총리 옹호 발언도
가동 준비를 마친 신한울 원전 1호기에 대해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과 '항공기 테러'에 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운영 허가를 내주지 않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은 다름 아닌 이병령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형 원전 개발의 총책임자로 활동했다.
이 소식을 접한 원자력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병령 위원은 1990년대 상업 원자로 국산화를 성공시켜 '한국형 원전 개발의 아버지'로 통하던 인물이다. OPR-1000 모델을 완성시켜 차세대 한국형 원전인 APR-1400 모델을 만드는데 초석이 됐다. 원안위 8명의 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원자핵공학 전공자이기도 하다.
2019년에는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과 환경성에 대한 자긍심으로 '한국형 원전, 후쿠시마는 없다' 저서를 출간했다. 이병령 위원은 이 책에서 "(한국형 원전의) 격납용기는 세상에 있는 어떤 미사일이나 항공기에도 견딘다. 방사능이 일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격납용기를 왕창 튼튼하게 만들었다" "(한국형 원전이 구성한) 가압수형 원전에서 수소 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안전성을 강조했다. 신한울 1호기는 이병령 위원이 개발한 한국형 원전이 업데이트된 것이다.
이 위원이 이같이 그간의 행보와 반대되는 처신을 보이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선 그가 청와대로부터 원안위원장 자리를 제의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한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정치권 인사와 식사 자리에서 청와대가 이병령 위원을 엄재식 원안위원장 후임 위원장으로 거론하고 있으며, (이병령 위원) 본인에게도 제의가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원안위원장 자리를 제의받은 이병령 위원이 문재인 정부의 눈초리를 받거나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는 결정을 내리지 않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실제로 이병령 박사는 비공식적으로 정세균 캠프 인사로 긴밀하게 활동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 원자력업계 인사는 "(이병령 위원은) 이미 70살이 넘었으니 전면에 나서기는 힘들고 원자력계 상징성을 가진 히든 인물로서 캠프를 도와주고 있다"며 "정세균 캠프에 탈핵 세력이 즐비해 있는데 정작 (이병령 위원) 본인은 '정세균은 괜찮은 사람' '정세균은 탈핵 세력이 아니다'고 여러 차례 두둔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세균 캠프는 탈원전론자 텃밭이다. 본보 취재 결과, 정세균 캠프에는 김영주 의원, 안규백 의원, 이원욱 의원, 김교홍 의원, 안호영 의원, 김성주 의원, 김성수 총리비서실장, 권오중 전 민정실장, 고병국 서울시 의원 등 정치권 여당 인사들을 비롯해 윤순진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이사, 임준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센터장, 한병화 애널리스트 등 대표적 진보계열 인사들이 함께하고 있다.
북한의 공격 가능성과 항공기 충돌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있는 이병령 위원은 어색하게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원안위원으로 추천한 인물이다. 당시 원안위원들이 화학공학부, 지질환경과학, 예방의학 교수와 변호사 등 원전 비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어 한국당은 원전계열 최고 전문가인 이병령씨를 '균형을 잡고, 원자력 계열에 힘을 보태달라'는 기대를 가지고 비상임위원 자리에 추천한 것이다. 당시 이병령 위원을 원안위원으로 추천한 사람은 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전 의원으로 전해졌다.
한편 본보 기자가 이병령 위원에게 청와대로부터 원안위원장 제의를 받은 적이 있냐고 묻자 "기자가 그렇게 물으신다면, 그런 사실 없다고 말씀 드린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