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최재형, 윤석열, 김동연은 정권교체 기수"
김기현도 이들 언급하며 "대권 잠룡"으로 칭해
'플랜B' 윤석열에 '플랜C'로 최재형·김동연까지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10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는 유의미한 지지율이 나오는 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야권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잠행이 길어지자, 국민의힘에서는 제3의 인물인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 대한 언급까지 나왔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은 22일 "최재형 감사원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아니다"며 "정권심판과 정권 교체 기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들은) 문 정권 무능과 오만의 민낯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봤고, 소신껏 불의에 저항한 분들"이라며 "국민의힘의 소중한 자원"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21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야권에 속한 후보들이 적절한 시점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통합 플랫폼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당내 대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 밖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복당을 기다리고 있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최 원장고 김 전 부총리를 차례로 거명했다.
이어 "대권 잠룡들로 불리는 분들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라고 했다.
최재형·김동연 향해 '野 대권 주자'라고 못 박아
'尹 영입 위한 지렛대' 혹은 '尹 지지율 급락 대비'
국민의힘에서 최 원장과 김 전 부총리를 공식적으로 야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규정지은 것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장으로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소신 있는 감사를 통해 야권의 환호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문 정부의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결정에 대해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했고, 산업부가 감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자료를 444개 삭제했다"고 결론 내려 여권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일 자신이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것에 대해 "얘기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역시 현 정부에서 초대 경제부총리직를 수행했지만,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금 복지가 아니라 기회복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현금성 복지 공약을 속속 내놓고 있는 여권 차기 대권주자를 에둘러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잠룡의 존재감을 키워 대선에 내보내는 게 최상의 '플랜A'라면, 야권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영입하는 '플랜B'에 더해 제3의 인물을 띄우는 '플랜C'까지 나온 셈이다.
이같은 야권 움직임에 정치권의 해석은 제각각이다. 새 인물을 지렛대로 삼아 윤 전 총장을 영입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첫 번째다.
현직에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이나 김동연 전 총리 모두 정치권 데뷔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실제 영입보다는 윤 전 총장에게 입당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윤석열 전 총장 한 사람만을 바라보다 영입에 실패하거나, 본격적인 정치 행보 이후 지지율이 급락할 가능성을 실제로 대비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반기문 전 유엔총장은 지난 2016년, 대선을 1년여 앞두고 30% 이상의 지지율로 1위를달렸으나 결국 '2주 천하'로 끝난 바 있다. 관료 출신 인사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중도 포기한 대표적 사례로 남은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제 2의 반기문'이 될 것이냐를 두고 정치권에서 설왕설래가 오가는 만큼, 그 가능성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일각의 판단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석열 전 총장이 오랜 침묵을 이어가면서 일종의 피로감이 쌓인 결과일 수 있다"며 "모든 것은 윤 전 총장이 본격 행보를 시작하면 명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