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권대학언론연합 청년기자단과 간담회
'청년 주도 싱크탱크' 설립 검토 의사 밝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30 청년들과 소통하며 엄중한 관료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5일 서울권대학언론연합 청년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는 '청년 이낙연'의 대학 시절 모습을 들려주는가 하면, 즉석에서 '청년' 이행시를 요청받아 짓기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청년이 주도하는 싱크탱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는 서울 종로구 한 스터디카페에서 열린 청년기자단 간담회에서 4·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청년 민심에 대해 "한두 가지 일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쌓인 불만과 실망이 폭발한 것"이라며 "2020년 총선 때는 방역이 잘 되고 있었고, 2018년 지방선거 직전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있어서 민주당이 실력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의 신뢰 회복을 몇 가지 이벤트나 전략으로 해결하려 하면 안 된다"며 "청년 문제를 효능감 있게 하나씩 해결하는 것 말고는 왕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가장 시급한 청년 문제 세 가지로 △공정 △일자리 △주거 문제를 꼽았다. 그는 한 대학생이 '청년 이낙연'에 대해 질문하자 "배고팠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대학에 가니까 아버지가 등록금은 어떻게 해주시겠다는데 하숙비는 알아서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제 서울 생활은 입주 가정교사로 시작했다"며 "이후에는 사설 독서실, 선배 하숙집, 친구 자취방 등을 전전하며 생활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그때는 경제가 팽창하던 시기라 졸업 후 취업 걱정은 없었다. 어떤 학생은 대기업 2~3곳에 합격해 고민했다"며 "요즘에는 과거보다 의(衣)와 식(食)은 훨씬 나아졌는데 주(住)와 직(職)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대학생이 '주거 환경'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자 이 전 대표는 "취사나 화장실, 샤워 시설을 얼마나 공유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있다. 교육당국과 좀더 세밀하게 논의해서 하숙생과 학교 주변을 지원해서라도 최저주거기준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공감했다. 특히 그는 "제가 처음으로 들어간 하숙방에 어떤 분이 먼저 들어가 살고 계셨는데, 그분이 전두환 전 대통령 청와대 경호원이었다"면서 "책상에 전 전 대통령 사진을 걸어 두고 태권도 연습을 하셨는데 저랑 아주 안 맞는 사람과 같이 살았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핵심 브랜드 '신복지' 홍보에도 나섰다. 소득·주거·노동·교육·의료·돌봄·문화체육·환경 등 8개 분야에서 '최저기준'을 보장하고 적정기준을 지향하자는 내용이다.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부자이거나 아니거나, 일을 하거나 안 하거나 똑같은 액수를 주자는 것이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며 "정작 가난한 사람에게는 필요한 만큼의 돈이 덜 가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청년들이 주도하는 '싱크탱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청년 정책에서 아쉬웠던 점으로는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청년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이 없었다"는 점을 꼽았다. '청년'으로 이행시를 지어달라는 학생들의 즉석 요청에 "아이고, 해야지요"라며 흔쾌히 응하기도 했다. 최근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엄중은 잠시 접고 가실게요~인간 이낙연 대탐구', '대놓고 자랑 좀 하겠습니다', '이낙연 악플 모음.zip', '악플만 읽으면 섭하지! 선플 낭독과 인스타 Q&A' 등 젊은 감각을 반영한 영상물을 꾸준히 게시하고 있다. 2030 청년층과 접점을 넓히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 전 대표는 27일 대담집 '약속'의 출간 기자간담회를 연다. 400여쪽 분량의 저서는 정치·경제·돌봄 등 각계 분야를 놓고 문형렬 작가와의 대담 내용을 담았다. 문 작가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을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를 문 대통령과 공동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선 출마 시기를 묻는 질문에 "아직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 과정을 거쳐 가며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