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재보선 패인 분석 보고서
20·30대, 정치 중심에서 영향력 행사
더불어민주당이 소속 의원 전원에게 배포한 '4·7 재보궐선거 패인 심층 분석 보고서'에는 20·30대 청년층의 민주당에 대한 이미지가 지난해 4·15 총선과 비교할 때 얼마나 급속하게 나빠졌는지 나타나 있다.
민주당이 지난달 12∼15일 18∼69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량조사와 19∼54세 성인남녀 2∼8명씩으로 구성된 8그룹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성조사를 합친 포커스그룹인터뷰(FGI) 조사 결과다.
20·30대 남성의 경우 지난해 총선 대비 민주당의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75.9%, 74.4%에 달했다. 20·30대 여성의 경우에도 민주당의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57.8%, 70.2%로 높은 편이었다.
이대남 "정권교체"…이대녀 "제3세력이 정권 잡아야"
20·30대가 민주당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이미지와 관련해선 지난해보다 부정적인 것들이 많아졌다. 가장 많이 떠오르는 1·2위는 여전히 '파란색', '문재인'이었으나 그 비중은 크게 줄었고, 하위권이던 '내로남불'(0.9%)이 상위권(6.4%)으로 올라섰다. 또 지난해에는 없었던 성추행·성추문(2.0%)이 새로운 연상 이미지로 형성됐고, 무능하다(2.2%), 거짓말(1.3%), 부동산 정책 실패(1.1%), 부패·비리(1.0%) 등도 눈길을 끌었다.
20·30대는 다른 연령대와 마찬가지로 '부동산'(LH 투기 의혹, 부동산 정책, 여권 인사 부동산 논란)과 '민생·경제·일자리' 문제를 4·7 재보궐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민생과 부동산 정책 모두 국민의힘이 더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민주당이 부동산 정책을 더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6.6%에 불과했으며, 20대 여성도 10.5%에 머물렀다. 집권여당에 대한 정책적 기대감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20·30대의 민심은 내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대 남성의 경우 국민의힘으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는 응답이 42.5%로 압도적이었고, 민주당이 재집권해야 한다는 응답은 9.5%였다. 20대 여성의 경우 민주당이 재집권해야 한다는 응답이 25.4%로 적지 않았으나, 그보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아닌 '제3세력'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응답이 31.2%로 더 높았다.
비호감도…강성친문 > 586세대 = 태극기 세력
그룹별 호감도 조사에선 20·30대와 50대의 응답 차이도 뚜렷했다. 20대 남성의 경우 '586세대(50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출생) 또는 운동권'에 대한 호감도가 10.4%에 불과했는데, 50대 남성은 34.7%로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20대 남성의 경우 '태극기 세력'에 대한 호감도는 10.4%로 '586세대'에 대한 호감도와 같았다. 그보다도 낮은 호감도를 보인 것은 '강성 친문'(6.6%)이었다. 20대 여성 역시 '태극기 세력'(10.2%)에 대한 호감도보다 '강성 친문'(9.5%)에 대한 호감도가 더 낮게 조사됐다. 다시 말해 20대에게는 '강성 친문'에 대한 비호감도가 가장 높고, 태극기 세력과 586세대에 대한 비호감도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20·30대는 진보성향 정당을 지지한다는 통념을 깨고 대거 보수성향 정당에 표를 던졌다. 일부 청년들은 국민의힘 후보 유세차량에 올라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20·30대의 정치·투표 성향에 대한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성세대가 입으로만 챙기던 20·30세대가 정치의 전면에 등장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