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인터뷰] 이영 "박정희 땐 시계가 미래에…정권교체로 시계 다시 돌리겠다"


입력 2021.05.28 00:45 수정 2021.05.28 08:38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카이스트 박사, 벤처CEO 출신 최고위원 후보

미국 공화당의 i360 과 같은 플랫폼 구축 공약

"재보선 당시 데이터에 기반해 후보 간극 분석

대선도 감 아닌 데이터로 치르도록 해내겠다"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이영 의원이 2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8명의 당대표 후보자, 10명의 최고위원 후보자, 5명의 청년최고위원 후보자가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저마다 밀알과 마중물을 자처하며 혁신과 통합을 부르짖는 출마선언이 잇따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단연 이영 의원이었다.


이영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 드론을 띄워 출마선언문을 전달받았다.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에서는 30초 홍보영상에 'AI 이영'을 등장시켜, AI 이영 의원이 이영 의원을 호출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카이스트 암호학 석박사, 보안벤처기업 CEO로 20년간 재직한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이영 의원을 2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이영 의원은 드론과 'AI 이영'을 동원해 이색적인 출마선언·비전발표를 기획한 배경에 대해 "정치권에 들어와보니 정치, 정치 이슈밖에 얘기를 안한다"며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전환기인데 정치 이슈 위주로만 가니 산업·과학기술 정책의 비중과 중요성이 떨어지더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신기술들이 얼마나 많이 우리 국민의 실생활에 들어와있는데, 정치권만 멀어져 있다"며 "인공지능·로봇 등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다 들어와 있는 것들이 국회에만 들어와 있지 않다는 시사점을 메시지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에 이공계 전공자는 29명으로 9.7%에 불과하다. 그 중 한 명인 이영 의원이 보기에 지난 1년간 겪은 정치권·정당이란 당혹스러운 곳이었다. '상아탑' 대학에서 석박사 과정도 밟았고, 벤처기업에서 20년간 CEO로도 재직했지만 정당처럼 자신에게 충격을 준 조직은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이영 의원은 "어느 조직에 가도 문과·이과·예체능 등 여러 학과 출신들이 같이 있는데, 여기는 '문과 천국'"이라며 "의원 뿐만 아니라 보좌진과 기자들도 거의 다 문과더라"고 말했다.


아울러 "좋다, 나쁘다는 얘기하는데 '얼마나' 좋은지 나쁜지는 얘기하지 않는다.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논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는 논하지 않더라"며 "정당에 와서 이런 모습을 보며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내게 정당은 좀 당혹스러운 곳이었다"고 웃었다.


안철수 "인간의 조직 중 정당이 가장 복잡" 평해
이영 "安 선배, 정치 오래해서 세련되게 말한 듯
정당, 보다 내실을 갖춘 조직으로 업글할 필요"
정당변화·정치변화 향한 소신을 강력하게 피력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이영 의원이 2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벤처기업 경영인 출신의 정치인이라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들 사이에서는 가장 유명하다. 의사로서, 벤처기업인으로서, 청년멘토로서, 교수로서 손 댄 영역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뒀던 안 대표가 유독 정치·정당 영역에서는 10년째 씨름하고 있다. 안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인간이 만든 조직 중에 가장 복잡한 게 정당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영 의원도 안철수 대표의 이 표현에 공감할까. 이 의원은 "(안철수) 선배님은 (정치를 한지) 오래되셔서 그런지 유하게, 세련되게 말씀하신 것 같다"며 "나는 그렇게 세련되게 말할 수가 없겠다. 정치의 특수성을 아무리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조직 아니냐. 정당은 좀 더 내실을 갖춘 조직으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것 같다"고 동의했다.


나아가 "사실 그런 문제의식 때문에 (최고위원에) 출마를 하게 됐다"며 "정당의 변화가 대한민국 정치의 변화이기 때문에 변화를 시도하고 싶은데, 책임과 권한이 있는 곳에 가지 않으면 변화를 견인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정당은 당혹스러운 곳'이라면서도 이 의원은 지난 1년간 청와대앞 릴레이 1인 시위, 전원 필리버스터 참여 결의 등 초선 의원들의 당 혁신 활동에서 일익을 담당했다. 이 의원은 6·11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지도부에 입성하면, 이러한 혁신의 시도를 계속해 결실을 내면서 한편 당원·지지자들의 열망인 정권교체 요구에 부응해 과학기술의 힘으로 대선 과정에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영 의원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선대위의 디지털유세본부장을 맡아, 구글이 제공하는 검색엔진 트래픽을 바탕으로 결과가 나오기 열흘 전부터 오 후보의 당선 추이가 어떻다는 것을 매일 저녁에 동료 의원들께 알려드렸다"며 "'이 의원, 정말 이렇게 되는 거냐'고 문의 전화들을 많이들 주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트래픽은 대한민국 전체를 분석한 것이고 실제 선거는 서울이라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 후보와 저쪽 후보의 간극이 균일하게 이어진다면 믿을만 하다고 설명을 드렸다"며 "아마 동료 의원들께서도 데이터에 기반해서 선거를 치르는 파워풀함을 경험해보셨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총선 때 민주당은 이통사서 맵 받아 치르는데
우리 당은 감에 의존해서 공약…그 결과 참패
선거는 이제 데이터 전쟁의 시대로 가고 있다
i360 같은 빅데이터 플랫폼 반드시 해내겠다"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이영 의원이 2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 의원은 내년 3·9 대선 전에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감'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선거 승리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밝혔다.


이영 의원은 "그동안 우리 국민의힘은 선거를 감으로 했다. 여론조사가 과학적 조사 방법의 전부였던 정도"라며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이동통신사에 유권자 이동 경로에 관한 맵 정보를 다 받아서 민심과 가까운 공약을 냈는데, 우리 당은 국민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감에 의존해서 공약을 냈다. 그 결과 참패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번 보궐선거 때 구글 트렌드를 이용해서 추이를 계속해서 모니터링하는 한편, 비슷한 컨텐츠가 오른소리(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갔을 때와 다른 일반 채널에 올라갔을 때의 반응 차이 등도 모니터링했다"며 "샘플링을 하면 여론의 향방은 데이터로 예측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해외의 보수정당 중에 성공적인 사례도 있다. 미국 공화당에는 i360이라는 데이터 프로세스 플랫폼이 있다. 2008년에 처음 개발됐고, 2014년에 600억 원을 들여 업그레이드했다. 공화당의 i360은 디지털 기술 경쟁력에서 민주당을 앞서고 있는 근거로 꼽힌다.


이영 의원은 "선거가 데이터 전쟁의 시대로 가고 있다. i360은 미국 유권자들의 성별·나이·관심도와 그 가정에서는 어떤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지까지 빅데이터로 학습·예측해서 유권자 개개인별 맞춤형 공약을 내고 있다"며 "내가 유권자인데 후보가 정확히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 해주겠다고 한다면, 그만큼 고민을 많이 한 후보로 보여지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아울러 "우리 당도 감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예측해서 확신에 찬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이것을 반드시 해내겠다. 정치를 잘 아는 정치인도 필요하지만 정당 내에서 일을 잘할 정치인도 필요하다. 회사에 있을 때에도 실무형 CEO였던 내가 '일을 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자처했다.


현 정권 퇴행적 적폐몰이 비판·정권교체 다짐
"박정희 때는 '미래에 잘사는 나라' 목표 있었다
지금 정치권의 시계는 과거와 현재 사이만 오가
시계 미래로 돌릴 이영에게 두 표 중 한 표를"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이영 의원이 27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문재인정권 4년 동안 나라 전체의 시계를 과거로 돌려놓은 적폐몰이와 각종 퇴행적 정책들에 대한 환멸이 폭넓게 번져있다. 이 의원은 시계를 미래로 돌릴 자신에게 최고위원 두 표 중 한 표를 던져 정당혁신과 정권교체를 동시에 이뤄달라고 당부했다.


이영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 때는 시계가 미래에 있었다. 우리나라의 자원이 한정돼있으니 대기업에 얼마 없는 자원을 몰빵해 키워내서 빠른 속도로 빈곤에서 탈출하고 미래에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다"며 "또, 김대중 대통령 때는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 등 시야를 글로벌로 돌렸다. 정치가 나라를 잘 이끌었던 한 예였다.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시계를 미래로 돌리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술회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도약하려면 시계는 미래로, 시야는 글로벌로 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정치권의 시계는 과거와 현재 사이만 오가는 것 같다"며 "각국의 국력과 경제력이 재편될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기에 정치권은 다시 시계를 미래에 놓고 뭘해야할지 아젠다 설정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목표에 계획이 없으면 그것은 목표가 아니라 욕망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 치열하게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실현하는 준비된 정당, 업글되는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며 "내가 살면서 배우고 경험했던 과정 속에서 축적된 모든 역량을 당을 위해 동원할 수 있도록, 두 표 중 한 표는 꼭 시계를 미래로 돌리고 시야가 글로벌에 있는 이영에게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인터뷰'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