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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면 가능성에도 사법리스크 지속...‘첩첩산중’


입력 2021.06.04 06:00 수정 2021.06.03 18:56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높아지는 사면 여론 속 靑 긍정적 변화 기류

새 재판 시작 단계에 검·경 수사도 진행 중

글로벌 기업 총수 경영 차질 우려 여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찬성 여론이 높아지고 청와대에서도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되면서 경제계를 중심으로 오는 8월 광복절 특사를 통한 사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사면은 국정농단 사건에 국한되는 것으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사건에는 해당되지 않아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지속될 전망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실제 사면이 이뤄져도 이 부회장이 경영에만 전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사면이 형이 확정된 국정농단 사건에만 해당돼 사면 여부와 관계없이 현재 진행 중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재판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인신 구속 상태에서 벗어나기는 하지만 공판에는 계속 출석해야 하는 등 사법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사회 전반에 형성된 상태다. 경제계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종교계 등 각계 각층에서 사면 건의가 이뤄지고 있고 여론도 사면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6월 첫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찬성 의견은 68.4%로 반대(24.3%)의 약 3배 가량 높다. 특히 성별과 연령,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찬성 의견이 압도적 다수로 나타나는 등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청와대에서도 긍정적인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4대그룹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의에 대해 기업인의 고충과 국민 공감, 경제 상황, 기업의 대담한 역할 등 전향적인 언급을 하면서 사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4대 그룹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청와대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상황 변화에도 이 부회장이 경영에만 전념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4월22일 첫 공판을 시작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재판이 이제 막 시작한 단계로 향후 최대 3~4년간 재판이 이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 2주에 한 번 꼴로 진행됐던 공판이 이달부터 매주 열리는 등 재판 주기가 짧아지면서 사건 심리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대규모 증인 채택과 증거 기록 등을 감안하면 재판 장기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재판 증거 기록이 약 19만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내용이 방대한데다 사안이 인수합병(M&A)과 회계 문제여서 이슈 자체로 봐도 국정농단 재판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훨씬 복잡하다.


또 검찰이 공판 준비기일 당시 신청할 예정인 증인이 총 250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어 대규모 증인 채택이 현실화되면 증인 신문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전날 3일 열린 네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삼성증권 팀장 한 모 씨는 앞서 지난달 6일과 20일에 진행된 2회와 3회 공판에도 출석하는 등 증인 한 사람에 할애되는 검찰의 신문 시간도 상당히 긴 편이다.


법조계에서 이번 재판의 최종 결론까지 최소 3~4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인다.(자료사진)ⓒ연합뉴스

여기에 프로포폴 투약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사법리스크가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3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에 대한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총 14명 중 8명이 수사 지속 반대)고 결론냈다. 기소 여부에 대해서도 찬반 의견이 각각 7명씩 가부동수로 팽팽해 검찰의 기소에 부정적 기류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재판도 수사심의위의 수사중단과 불기소 권고 결정에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를 강행하면서 시작된터라 삼성과 이 부회장으로서는 긴장감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재계에서는 인신 구속에 재판과 수사 등으로 글로벌 기업 총수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가 경영 차질로 이어지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시장과 경영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확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대응력이 매우 중요한데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서는 도저히 경영에 전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이라는 단일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는데 이 부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악재일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사면이 이뤄지더라도 재판과 수사로 인해 경영활동은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국가와 기업에 닥친 경제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서라도 사면과 함께 재판과 수사도 경영활동 제약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 전경.(자료사진)ⓒ연합뉴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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