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겨울의 병' 5월 18일 발매
지난 겨울은 유독 추웠다. 그렇지 않아도 차가운 공기가 코로나19 탓에 더 차갑게 느껴졌다. 자유로웠던 만남에 제약이 생기고,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평소 겨울을 좋아하던, 싱어송라이터 김현창도 ‘굉장히 어려웠던 계절’이라고 회상했다.
지난달 발매된 김현창의 싱글 ‘겨울의 병’은 그가 직접 겪었던 힘겨운 감정들과, 그 감정을 이겨낼 수 있는 문장들로 채워졌다. 힘든 겨울을 보냈던 이들이 공감할 문장들과 따뜻한 위로를 안기는 목소리로 완성됐다.
-2017년 프로젝트 집단 콜렉티브 아츠를 통해 데뷔하셨죠.
음원을 내지 않은 인디 가수들을 지원해 주는 프로젝트였는데, 저에게 기회가 왔죠. 당시에는 처음이다 보니 제 곡들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음원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생각보다 큰 사랑을 주셔서 정말 감사했던 기억이 있네요.
-어린 시절부터 가수를 꿈꿨나요?
어렸을 때는 팝송을 꽤 즐겨 듣는 아이였어요. 광고 음악으로 좋은 노래가 나오면 밤새 찾아보고, 그린데이(Green Day), 웨스트 라이프(Westlife), 앨리샤 키스(Alicia Keys) 등 팝송의 가사들을 프린트해서 노트에 알파벳순으로 정리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영어를 좋아하고 재미있어했거든요.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외교관이 꿈이었는데, 중학교 때 유튜브에서 기타리스트 오시오 코타로 영상을 보고 독학으로 무작정 통기타를 연주했어요. 하루에 몇 시간이고 재미있게 연습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네요.
-김현창 씨의 음악 인생에 가장 큰 힘이 됐던 사람이나 사건이 있었나요?
큰 힘이 되었다기보다 모토로 삼고 있는 말이 두 가지가 있어요. 전공을 바꾸고 음악의 전반을 가르쳐주셨던 강토 선생님의 말씀, 그리고 데미안 라이스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입니다. 전자는 ‘꼭 반드시 프로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엄청나게 잘하는 아마추어여도 충분하다’(조금 왜곡해서 기억하고 있는 걸 수도 있지만요. 하하)란 말이었고요. 후자는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려면 그것에게서 멀어지는 법도 배워야 한다’입니다.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지금은, 제 음악을 들어주고 반응을 적어주시는 팬분들이 가장 큰 힘이에요. 처음에는 제 이야기만 하는 데에 집중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 팬분들의 사랑이 느껴지니까 더 좋은 음악, 더 좋은 가사를 쓰고 싶은 욕심이 커졌던 것 같습니다.
-기존 곡들을 살펴보면 김현창 씨의 음악엔 항상 자아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되기도, 위로가 되기도 하고요.
모든 곡을 제가 겪은 감정들로 씁니다. 그 감정들을 겪고 있는 동안에는 충분히 힘들어하고, 그게 조금 가시고 난 뒤에 당시의 마음들을 정리해서 문장과 음을 붙여 곡을 쓰는 식이죠. 제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영감이 되는 거겠죠?
-신곡 ‘겨울의 병’ 역시 마음을 움직이는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저 스스로 나아지고 싶었어요. 우울, 불안 같은 것들에 잡아먹히고 있는 시간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이겨내고 싶어서 ‘겨울의 병’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곡 설명 부탁드려요.
제목은 ‘겨울의 병’이지만 사실은 봄을 노래하는 곡이에요. 앞부분은 겨울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뒤로는 ‘봄은 이미 왔는데 마음에는 성에가 아직 껴있다. 꽃피는 곳으로 데려가 달라.’ 이런 느낌인 거죠.
-김현창 씨의 지난 겨울은 어땠나요.
음, 우울증과 갑자기 찾아오는 불안, 허무 그리고 공황 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귀에선 스피커가 튀는 듯한 이명들과 잠에 가까스로 들어도 땀범벅이 되어서 깨어나는 일들이 잦았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김현창 씨의 마음에도 봄이 왔나요?
네! 날씨도 좋은데다가 꽃도 많이 피고, 스스로도 나아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거든요.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예쁜 것들, 좋은 것들을 많이 보니까 정말 봄이 온 것 같아요.
-아직 마음에 봄이 찾아오지 못한 분들에게 이 곡이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요.
그런 분들이 있어요.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다고 한다거나, 나는 절대 나아질 수 없어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요. 저 역시도 그랬고요. 제 노래를 듣고 어떤 메시지를 얻기 보단, 차가운 눈이 전부 녹고, 꽃이 피는 계절의 따뜻한 감정을 얻어가셨으면 합니다.
-이예린 씨가 피처링으로 참여해주셨네요.
너무 급하게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맡아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평소에도 예린 님의 노래를 많이 들었고, 좋아합니다. 원래는 피아노만 부탁드리려고 했는데, 뒷부분을 함께 불러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스럽게 부탁드렸는데,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 감사해요. 피아노와 보컬 파일을 전달받고 너무 좋아서 내내 웃었던 기억이 있네요(웃음).
-곡을 만드는 과정은 어땠나요?
발매일이 갑자기 잡혀서 한 일주일 동안 정말 바쁘게 지냈던 게 기억이 나요. 아침엔 여기, 점심엔 저기, 새벽엔 또 다른 곳에 가서 녹음과 작업을 하고 밤새우고 아침에 집에 들어오는 날도 있었네요. 만족도는…. 기타로 한 데모를 편곡하는 과정에서 피아노가 메인이 되고 스트링이 들어왔는데요. 편곡의 느낌은 마음에 들지만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린 탓에 전하고 싶었던 따뜻한 느낌이 아주 살짝 부족하게 나온 것 같아요. 사실 어떤 앨범을 내도 만족하진 못하는 것 같아요.
-곡 작업을 하면서 포기할 수 없는 것, 가수 김현창 씨만의 신념이 있다면요?
제가 불렀을 때 전혀 어색하지 않을, 당연한 제 이야기가 문장들 안에 담겨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을 다듬는데 시간을 꽤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오래 남을 가사를 써야 한다’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김현창 씨의 음악적 방향성도 들려주세요.
사실 ‘겨울의 병’이 저번 EP의 마침표 같아요. 그다음 내고 싶은 것들은 음악적 확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요즘엔 밴드 사운드나 클래식 같은 것들을 굉장히 많이 듣고 있어요. 이제껏 냈던 음원들은 어떻게 보면 조금 미니멀한 느낌인데 요즘은 편곡이나 사운드적인 욕심이 많이 생겨서 악기들을 지금보다 더 많이 쓰고, 그걸 조화롭게 할 수 있게 공부도 많이 할 생각입니다. 물론 제 느낌으로 녹여내는 게 가장 우선이고요!
-새로운 스타일의 곡들은 언제쯤 들어볼 수 있나요.
일단 올해 피지컬 앨범 계획이 있고요. 그 후 공연에 대한 욕심도 당연히 있습니다. 관객들이 실망하지 안도록 잘 준비해서 찾아뵙도록 할게요. 준비 기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겠지만요(웃음).
-마지막으로, 김현창 씨의 최종 목표도 말씀해주세요.
가수로서의 최종 목표는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과 행복하게 오래오래 제 음악들과 공연들로 만나는 것. 사실 저에게 음악밖에 없다곤 생각하진 않아요. 그저 지금의 저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게 음악인 거죠. 만약 다른 작업으로 저를 표현할 방법이 있다면 음악과 병행하면서 도전해보고 싶어요. 나중에 제가 하는 여러 작업을 팬분들과 공유하고,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