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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사건', 말단 수사관의 개인 일탈?…'꼬리 자르기' 비난 봇물, 검찰이 다시 수사한다


입력 2021.06.10 11:54 수정 2021.06.10 18:50        안덕관 기자 (adk@dailian.co.kr)

경찰 "수사 과정 청탁·외압 없었다" 결론…조사 과정서 법무부·청와대 '이용구 폭행 인지' 정황 드러나

강일구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약 4개월간 조사한 끝에 윗선 개입이나 외압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한 것이 아니라 말단 수사관의 '단독 일탈'이 의혹을 키웠다는 것이지만, 이 전 차관이 유력 인사임을 알고도 보고 의무를 위반한 서초경찰서 간부들에 대한 의혹은 해소되지 않아 '꼬리 자르기'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9일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사건을 담당한 서초서 형사과 수사관인 A경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A경사는 지난해 11월 11일 폭행 당시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못 본 척하고 사건을 내사 종결로 덮은 것으로 확인됐다. A경사는 사건이 언론에 처음 알려진 후 진상 파악 과정에서도 영상의 존재를 알았다는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형사과장과 형사팀장은 특수직무유기 혐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심의위원회로 넘겼다. 서초서장은 사건 묵살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이들 3명이 수사 초기 이 전 차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서울경찰청에 보고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감찰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진상조사단은 사건 발생일인 지난해 11월 6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이 전 차관과 서초서장, 형사과장, 형사팀장, A경사 등 조사 대상자 91명의 통화내역 총 8000여건을 분석하고 휴대전화 12대, PC 17대 등을 포렌식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이 전 차관은 A경사와 경찰서 출석과 관련해 통화한 것 외에 전·현직 경찰관과 통화한 내역은 없고, 이 전 차관과 통화를 했던 지인들이 서초서 관계자와 통화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서초서장 등 사건 관련자들이 모두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삭제한 정황이 있는 점을 두고 청탁·외압이 있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형사팀장은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데이터를 덮어씌우고 삭제하는 방식으로 흔적을 없애는 '안티 포렌식' 앱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땀을 닦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편 조사단이 통화 내역을 분석하고 법조계와 정부 인사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법무부가 이 전 차관이 임명되기 전 그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을 인지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서초경찰서가 사건을 내사 종결하기 전까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수차례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해당 통화가 수사 외압이나 청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서초서 간부들이 이 전 차관의 신상 등을 파악하고 공유한 지난해 11월 9일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마감일이었다. 당시 이 전 차관은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종 추천 명단에서 배제됐다. 법무부 등이 폭행 사건을 인지한 뒤 이 전 차관을 후보 명단에서 제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후 서초서는 11월 12일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을 내사 종결했고, 이어 12월 2일 추 장관의 추천을 받은 청와대는 이 전 차관을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해 다음 날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청와대도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청은 "적절치 못한 사건처리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제도적으로 방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비위 당사자뿐 아니라 관리·감독 책임자까지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셀프 조사'의 한계라는 지적과 함께, 수사관의 개인 일탈이라는 결론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우선 이 전 차관을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기소해 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A경사의 사건 처리 과정을 검토하면서 경찰의 윗선 개입은 없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안덕관 기자 (ad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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