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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 깨고 보험 지킨다…코로나 '역설'


입력 2021.06.14 06:00 수정 2021.06.11 11:02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5대 은행 예·적금서 올해만 10조원 이탈

보험 계약 해지는 코로나 직전보다 줄어

건강관리 경각심 확대로 반사이익 '눈길'

국내 5대 은행 예적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 예금과 적금을 깨는 이들은 눈에 띄게 늘어난 반면, 보험 계약을 지키려는 고객들은 오히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낮아지면 예·적금에서 돈이 빠져나간다는 통념은 여전히 유효한 모습이지만, 불경기에 보험부터 깬다는 공식은 들어맞지 않는 모양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으로 인해 건강관리를 둘러싼 경각심이 커지면서 보험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들이 보유한 정기 예금과 적금 등 저축성 예금은 총 663조397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조3310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의 예·적금 잔액이 139조251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조9059억원이나 감소했다. 농협은행 역시 138조9456억원으로, 하나은행은 133조6972억원으로 각각 2조542억원과 2조8013억원씩 관련 금액이 줄었다. 신한은행의 예·적금 보유량도 125조8874억원으로 8445억원 감소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우리은행의 예·적금만 125조6159억원으로 2749억원 증가했다.


은행 예금과 적금에서의 자금 이탈은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 0%대까지 끌어 내리면서 예·적금의 매력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5대 은행들의 지난해 말 예·적금 잔액은 673조7286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1조9874억원 줄어든 바 있다.


특히 올해는 주식과 가상자산 등을 둘러싼 투자 열풍이 은행 예·적금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증시에 불이 붙으며 은행에 들어 있던 개인 자금이 공격적 성향의 투자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질병 불안에 '경기 불황=보험 해약' 공식 깨져
국내 생명보험사 해지환급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은행들과 대조적으로 보험업계에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보험 계약을 해지하는 고객들이 예전보다 줄고 있어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깊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로 인해 보험을 해약하는 가입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염려에 노심초사하던 보험사들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 형국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지급한 해지환급금은 7조4817억원으로,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도리어 3.3% 줄었다. 해지환급금은 약정 만기가 도래하기 전 계약을 깨는 가입자에게 보험사가 내주는 돈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의 효과를 잃게 된 고객들에게 생보사들이 내준 효력상실환금금 역시 370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1.7% 급감했다. 그 만큼 소비자들이 보험 계약을 잘 지키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의미다.


보험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단순한 불경기 악재로 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염병의 위험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개인의 건강 리스크를 완화하는 보험의 기능이 한층 부각될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예기치 못한 질병에 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확산되면서, 다른 금융상품들과 달리 보험만큼은 계약을 유지하려는 반대급부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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