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가능성 '제로'에서 시작해 실제 당선까지
민심에서 분 변화의 바람이 당심까지 흔들어
'세대교체' 변화의 바람, 지도부 전체에 불었다
최고위원도 '여성·초선' 강세…지도부 '확' 젊어졌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 헌정사상 첫 30대 당대표가 11일 탄생했다. 정치권은 '0선·30대 당대표'의 탄생에 축하를 보내는 한편,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쳐 9만3392표(43.8%)로 당선됐다.
이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여러분은' 저를 당 대표로 만들어주셨다. 목적어가 아니라 주어에 힘을 주어 읽었다"며 "저와 함께 이 역사에 발을 들여놓으셨고, 우리가 지금부터 만들어나가는 역사 속에 여러분의 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당선 가능성 '제로'에서 시작한 이준석의 '깜짝' 출마
민심에서 분 변화의 바람이 당선까지 이끌었다
이 대표가 출마를 선언할 당시, 당내 인사들이 예상한 그의 당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특별한 지역 기반이 없고 조직도 없는 그가, '인지도'와 '젊음'이라는 무기만으로 당선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었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가 발표되면서부터다. 그가 공식적으로 당 대표 도전을 선언한 다음날인 지난달 8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지지율 2위를 기록하며 '파란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8일 여론조사업체 PNR이 머니투데이 더300과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전 최고위원은 13.9% 지지율로 나경원 전 의원(18.5%)의 뒤를 이었다. 2위에 머물렀지만, 유력 당권주자인 주호영 의원(11.9%)을 앞서가며 크게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시작된 '이준석 바람'은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1위'로 올라선 것은 물론, '당심'으로 요약되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마음에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최종 43.8% 득표율로, 전당대회 초기 '양강'으로 불리던 나경원(37.1%)·주호영(14.0%) 후보를 제쳤다.
최종 득표율을 분석해보면, 이 대표는 그의 첫 시작처럼 민심에 힘입어 당선됐다. 70%의 비중을 차지하는 당원 투표에서는 나 후보가 40.9%의 지지를 받고 이 대표는 37.4%로 근소하게 2위에 머물렀으나, 30% 비중인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58.8%)가 압도적 지지를 받아 결국 나 후보(28.3%)를 따돌리게 됐다.
이준석 당대표에…최고위원도 여성·초선 열풍
국민의힘 지도부에 'TK·PK'는 힘 잃었다
변화의 바람, 세대교체 열망은 당 대표뿐 아니라 지도부 전체로 번졌다.
여성 할당제나 가점제가 없었는데도, 4명의 최고위원 당선자 중 3명(조수진·배현진 의원, 정미경 전 의원)이 여성이었다. 경선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조수진·배현진 의원은 모두 여성 초선 의원인 데다, 나이도 각각 40대·30대로 젊은 축에 속하고 지역구도 서울에 두고 있다. 조수진 수석최고위원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으나 현재는 서울 양천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고, 배현진 최고위원은 서울 송파을에서 당선됐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조수진 최고위원은 책임당원 6만2497표, 여론조사 30.3%로 최종 합산 10만253표, 배현진 최고위원이 책임당원 5만8763표, 여론조사 26.7%로 최종 합산 9만2102표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이어 김재원 최고위원이 책임당원 5만571표, 여론조사 9.6%로 최종 합산 6만2487표, 정미경 최고위원이 책임당원 3만2638표, 여론조사 9.6%로 최종 합산 4만4591표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청년 최고위원에는 '90년생'인 김용태 후보(책임당원 4만1763표, 여론조사 38.02%, 합산 31.83%)가 현역 의원인 이용 후보(책임당원 2만7697표, 여론조사 30.31%, 합산 22.64%)를 제치고 당선됐다.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 역시 '현역이 유리할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극복하고 당선돼 눈길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인 PK(부산·경남)의 후보들은 국민의힘 지도부에 승선하지 못했고, TK(대구·경북)에선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3위'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당 대표 본경선에 진출했던 주호영·조경태 의원은 최종 3·4위에 머물렀고, 최고위원에 도전한 조해진 의원도 최종 5위로 탈락했다.
野, 탄핵 이후 5년 만에 찾아온 당 재건 기회에 환호
중진부터 초선까지 "변화의 힘으로 정권교체" 한목소리
야권에서는 변화를 바라는 민심을 받아들인 국민의힘에게 정권교체를 위한 절호의 찬스가 왔다고 보고 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5년 만에 당을 재건하고 수권 정당이 될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5선의 국민의힘 소속 정진석 의원은 "내년 대선은 누가 더 빨리, 누가 더 많이 변하느냐의 싸움이다. 실로 오랜만에 혁신의 순간을 맞았다"며 "4·7 재보궐선거에 이어 국민이 야당에 주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세대교체를 넘어 보수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와 경쟁했던 5선의 주호영 의원도 "이제 국민의힘은 변화를 선도하는 새로운 정당, 미래 세대와 함께 가는 젊은 정당으로 역사의 변화를 선도해갈 것"이라며 "이준석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새 지도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3선의 하태경 의원은 "변화가 시작됐다"며 "함께 정권교체의 길로 나아가자"고 했다.
초선의 허은아 의원은 "새로운 미래가 왔다. 우리가 가져온 미래가 아닌 국민이 보내주신 미래"라며 "이제 국민의 이 기대를 정권교체로 보답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이 대표와 전화 통화에서 "꼭 성공하라"며 "이 대표가 성공을 못 하면, 젊은 세대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좌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