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무장 강도 살인사건이 남편의 자작극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현지시간) 그리스 언론에 따르면 헬기 조종사 바비스 아나그노스토풀로스(33)가 아내 캐롤라인 크라우치(20)와 반려견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앞서 그는 경찰과 언론에 무장한 강도가 자신의 집에 침입해 아내를 위협했고, 이 과정에서 아내와 반려견이 살해당했다고 진술했다.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자 바비스는 인터뷰에서 아내와 반려견을 잃은 슬픔을 표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내를 추모하는 글을 올리는 행보를 보이며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는 모두 바비스가 꾸민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바비스는 아내가 이혼을 원하면서 떠나겠다고 하자 그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조사 결과, 경찰은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전 집 주변의 CCTV에서 메모리카드가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 또한 두 사람 사이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그간 두 부부가 갈등을 빚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결정적으로 경찰은 바비스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집에 강도가 침입한 것처럼 꾸몄지만 바비스의 건강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그가 묶여 있다고 증언한 시간에 아파트를 돌아다닌 것이 확인됐다.
이와 더불어 캐롤라인의 스마트워치에서 내려받은 건강 데이터에서도 바비스가 경찰에 신고한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캐롤라인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살해 당한 크라우치 씨의 지인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는 항상 그녀에게 집착했으며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했다"며 "그녀는 결혼생활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여러 정황들을 포착한 경찰은 바비스를 8시간 넘도록 강도 높게 심문했고, 끝내 자백을 받아냈다.
이에 그리스 경찰은 바비스에게 살인 및 동물학대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그의 연기력에 혀를 내두른 한 그리스 경찰 관계자는 “그는 최고의 연기자다. 최근 발생한 범죄 중에 가장 기억이 남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