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공연예술제 예산 8억1600만원 삭감
기재부 "3년 이상 된 축제 지원 불필요"
“국가 예술 정책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중견 연극 축제들이 예산 삭감으로 존폐위기에 놓이자 연극계가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 6월 8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의 민간단체공모사업인 대한민국공연예술제(총 사업비 54억1000만원)가 8억1600만원이 삭감된 예산에서 심의의 결과를 발표한 후, 연속성을 가져야할 정통성 있는 축제들이 대거 탈락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다.
연극/뮤지컬, 무용, 음악, 전통, 다원 등 5개 분야에 걸쳐 총 108건이 신청하였으나 사전에 결정된 장르대표 3건을 제외하고 총 41건이 선정됐다. 각 장르별로 보면 연극 31건 중 9건, 무용 19건 중 14건, 음악 27건 중 8건, 전통 26건 중 9건, 다원 7건 중 4건이라는 결과다. 연극계는 연속성이었던 15년 이상 된 중견축제, 장르를 대표하던 축제,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축제 등이 대거 탈락했다는 주장이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예술위에 “3년 이상 된 축제의 지원은 불필요하다”고 지적해왔고 예술위의 설득에도 예산삭감은 현실이 됐다. 이 같은 축제예산의 지속 삭감 배경에는 공연축제를 선심성, 소비성 행사로 인식하는 기재부의 시각이 문제라는 공연예술계의 지적이다.
이에 연극계는 전국 35개 단체의 동의로 단위별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5단체 대표로 구성된 예술창작정책살리기비상회의(이하 비상회의)를 발족했다. 비상회의는 대한민국공연예술제의 문제는 다수 축제의 심사탈락을 넘어서 ‘공연예술축제에 대한 몰인식’이라 정의하고 점층 삭감 예정인 축제지원정책의 철학부재는 물론 전반적인 창작지원 예산규모의 문제를 따져 나가야한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비상회의는 “기초예술가들이 모여서 만든 공연축제는 국가가 마땅히 만들어 줬어야할 플랫폼이며 열악한 예술시장을 지탱하고자 민간이 자구적으로 일구어낸 네트워킹이다. 정치적 배경을 갖고 있는 낭비성 사업이 아니”라며 “예산은 투여하지도 않고 새 것을 만들기 위해 옛것을 없애는 정책을 멈춰 달라”고 촉구했다.
비상회의는 예술향유예산이 우선 시 되고 예술인의 인권, 복지 등에 가려져 창작지원이 위축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 예로 지난 10년간 향유지원예산은 1000억원 이상 증액된 반면(2011년 480억원 → 2021년 1671억원) 창작 지원 예산은 459억원(11년 240억원→21년 699억원)이 증액되어 3분의 1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회의는 “전체 사업비는 매년 소폭 증액되고 있지만 문화예술향유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대한민국공연예술제 지원사업의 예산삭감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문예진흥기금의 상당을 차지하는 1671억의 향유예산이 마치 예술가들을 위해 배정된 것처럼 되었다”며 “비슷한 사례로 한국문예회관연합회의 방방곡곡사업 역시 본 목적은 국민들의 예술향유이지만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다수의 축제가 심사에서 탈락한 가운데에도 소수의 콩쿠르는 국회지정사업이라 바로 예산을 지정받은 것을 두고 형평성이 어긋난다고도 지적했다. 비상회의는 “장르별 대표축제의 지정사업 지정과 총 예산의 원점 회복은 물론 기 진행 중인 불합리한 창작지원예산 및 운영체계에 대해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