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무어 4년만 신작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추천작
이제는 한국도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의 마약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길고 빛나는 강'이 등장했다. 책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실감되는 섬뜩함이 우리에게도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길고 빛나는 강'은 필라델피아의 거리를 순찰하는 한 경찰관이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았다. '무게', '보이지 않는 세계'로 팬덤을 확보한 리즈 무어의 신작이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강력히 추천하면서 단숨에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기본적으로는 범죄소설의 구조를 띤다. 거리의 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살인이 연속적으로 발생하자 경찰관이 이를 쫓는 과정이 긴장감 있게 그려진다. 특히 작가 특유의 세밀한 인물 묘사와 시적인 문체, 리듬감 있는 구성과 형식이 강렬한 소재와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 책을 마냥 장르물로만 즐길 수는 없다. 마약 중독자들과 마약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준비가 된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의 민낯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현실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독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벗어나는 반전은 즐겁지만, 책이 담은 메시지를 생각하면 무거움이 느껴진다.
마약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은 물론, 그 슬픔을 함께 이겨내는 가족들까지 폭넓게 다뤄내며 결국에는 감동적인 가족 드라마의 울림까지 느끼게 한다.
'길고 빛나는 강' 속 미국 도시의 거리가 익숙하지 않을 이들에게도 마약에 대한 무거운 경각심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자매간의 우애와 갈등, 직장 내 부조리, 복잡하게 얽힌 가족 관계를 비롯해 사회 비판, 출생과 죽음의 비밀, 살인 사건까지, 보편적 문제들까지 담겨 몰입할 요소들도 곳곳에 있다.
리즈 무어 / 황금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