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철 기소 시간끌기, 월성원전 백운규 반쪽 기소, 친정권 인사…청와대 방탄막 펼치기?
최재형, 김오수 감사위원 제청 거부 재조명…"중립적 인물 제청이 내 책무"
고영주 변호사 "감사위원도 못된 인물이 검찰총장에 올라 대통령 뜻대로만 움직여"
박인환 변호사 "오죽하면 감사위원서 배제? 정권이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으니 총장된 것"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친정부적 행보에 법조계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취임 초기에는 정치적 편향성 등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합리적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검찰 내부 의견을 무시하고 정권과 교묘하게 입을 맞췄다는 비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 3부(부장 이정섭)는 수사팀 해체를 하루 앞둔 1일 가까스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수원지검은 지난 5월부터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 비서관에 대한 기소 의견을 대검에 수차례 보고했지만, 대검은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면서 인사 시기까지 시간을 끌고 수사 동력을 약화 시켰다는 지적이다.
대전지검은 지난달 30일 수사팀 해체를 이틀 남겨놓고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 등 핵심 피의자 3명을 기소했다. 하지만 정작 백 전 장관에 대한 배임 혐의는 제외돼 '반쪽짜리 기소'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앞서 대전지검은 부장검사 회의에서 백 전 장관의 배임 혐의 적용을 만장일치로 결정하고 수사팀은 대검을 방문해 이 같은 뜻을 직접 전달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배임 혐의를 직권으로 수사심의위원회에 넘기면서 수사팀의 의견을 사실상 묵살했다.
배임 혐의가 인정될 경우 백 전 장관이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등 수사가 청와대까지 확대되고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가 상대 민사 손해배상 소송이 속출할 수 있다. 이런 정권의 의중을 파악한 김 총장이 수사심의위 카드로 사전에 차단하려고 한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해석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세금을 축내고 국가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는데도 (백 전 장관이)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국민 기만"이라며 "김 총장이 정권 눈치를 봐서 반쪽짜리 봐주기 기소를 하도록 종용한 것 아닌가"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고위급·중간급 간부 인사도 김 총장의 친정권 성향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인사 발표를 앞두고 김 총장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수차례 회동하며 소통에 주력하고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인사 결과가 나온 뒤에는 결국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긴밀한 소통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신분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하는 등 논란의 친정권 검사들이 주요 보직을 꿰찬 탓이다.
중간급 간부 인사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정권 비리 수사팀을 이끌던 부장검사들은 대부분 수사권이 없는 고검이나 지방 한직으로 밀려나면서 수사 동력을 상실했다. 반면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등 친정부 성향 검사들은 요직에 대거 발탁했다.
이런 가운데 김 총장과 야권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최재형 감사원장과의 악연도 재조명되고 있다. 최 감사원장이 김 총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일찍이 알아보고 거리를 둔 사실이 새삼 회자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청와대는 최 감사원장에게 당시 법무부 차관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활동하던 김 총장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했으나 최 원장은 9개월간 거부했다.
최 감사원장은 당시 국회에서 제청을 거부한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자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을 제청하라는 것이 헌법상 감사원장에게 주어진 책무"라며 김 총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에둘러 비판했다.
또 최 감사원장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강명훈 변호사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김 총장 임명 이후 최 감사원장 주변에서 정치 참여 권유가 늘었다"며 김 총장 임명이 최 감사원장의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히는 한 계기가 되었음을 시사했다.
서울남부지검장 출신 고영주 변호사는 김 총장에 대해 "감사위원도 되지 못한 인물이 검찰총장 자리에 앉으니 '문재인 뜻대로 검찰을 움직이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는 듯 하다"며 "정권이 이성윤 고검장을 대체해 방탄막을 펼칠 인물을 제대로 뽑았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인 박인환 변호사는 "중간간부 인사에서 주요 수사팀을 100% 교체한 점만 봐도 정권비리 수사 의지가 전혀 없음을 드러냈다. 수천 페이지가 넘는 수사자료를 인수인계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며 "오죽하면 감사위원 임명에서 배제됐겠나? 정권 입장에서는 그만큼 믿을만한 구석이 있었으니 총장으로 발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