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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의 i티타임] 구글 뒤 숨은 ‘인앱결제 원조’ 애플의 배짱 연대기


입력 2021.07.09 07:00 수정 2021.07.09 05:49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애플 따라쟁이 구글, 30% 수수료도 15% 인하도 닮은꼴

OS 시장지배력, 앱 생태계로 전이…입법 논의 서둘러야

애플 로고.ⓒ애플

“왜 ‘구글’ 갑질 방지법이지?”


국내에서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처리 논의가 한창이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자사 앱마켓의 모든 애플리케이션(앱)에 수수료 30%를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는 게임 앱에 대해서만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받고 있지만, 앞으로 웹툰·음원 등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챙기겠다고 한다.


그런데 구글이 올해부터 도입한다고 해서 욕을 먹는 이 정책은 이미 애플이 10년 전부터 시행해오고 있는 정책과 동일하다. 애플이 수수료 갑질 논의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모습을 보면서 위와 같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수수료가 오르면 ‘멜론’ 등의 콘텐츠 서비스 가격이 뒤따라 오르게 되고, 국내 창작자와 생태계 전반에 큰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구글은 왜 갑자기 수수료를 더 많이, 그것도 한 번에 두 배나 확대한 30%를 거둬가야겠다고 발표한 걸까.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애플이 이미 (큰 문제 없이)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2011년부터 앱 내 구매 기능이 있는 모든 모바일 서비스에 대해 자사의 인앱 결제 시스템을 쓰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앱스토어에서 퇴출하고 있다. 구글처럼 독과점 논란에 휩싸인 애플은 자사 앱 마켓인 앱스토어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100만 달러 이하 중소 개발사에 한해 수수료를 올해부터 15%로 인하했다.


15%라는 숫자를 보면서 기시감이 드는 건 기분 탓이 아니다. 구글은 업계에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이를 법으로 막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자 연 매출 100만 달러 이하 수익에 대해서는 15%만 받겠다고 부랴부랴 발표했다.


일단 30%라는 숫자를 던져 놓고 논란이 일자 전체 매출에서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는 중소 개발자 수수료만 15%로 인하해준다며 생색을 내는 모습까지 애플과 똑 닮았다.


구글 앱마켓 ‘구글플레이’ 로고.ⓒ구글

그만큼 애플이 인터넷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최근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 기업들을 겨냥한 반독점 규제 논의에 애플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섣불리 애플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고 있다. 아이폰 운영체제(OS)인 iOS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는 애플과 척을 지는 것은 곧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것과 같다.


애플의 국내 배짱 영업 역사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플은 정부의 게임물 사전심의를 빌미로 1년 7개월 동안 한국 앱스토어 내의 게임 카테고리를 삭제한 상태로 운영했다.


정부가 2010년 애플에 사전심의제도를 받은 게임만 유통하라고 하자, 법을 거부하고 게임 카테고리 자체를 삭제해버렸다. 그러는 동안 게임 업체와 개발자들은 국내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가 없어 해외에서만 출시해야 했고 국내 이용자는 미국 등 해외 계정을 만들어 게임 앱을 다운받아야 했다.


정부는 물론 기업과의 협상에서도 전혀 양보가 없었다. 애플은 국내 이동통신사에 아이폰 광고와 무상 수리 비용을 떠넘기는 등 갑질 혐의를 받았고 2016년부터 공정위 조사를 받아왔다. 이후 애플은 국내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위한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안을 제시했고 공정위는 이러한 내용의 동의의결안을 올해 2월에서야 확정했다.


이러한 사례로 미뤄봤을 때 구글의 인앱결제 30% 수수료는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막대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남용행위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애플이 쏙 빠진 채 구글 단일 기업으로 입법 논의가 전개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국내법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방치하기에는 구글과 애플의 독과점에 따른 국내 생태계 파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 모두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 일이 없도록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할 때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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