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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국민의힘 조기 입당 시사…윤석열과 '장외 단일화'엔 거리


입력 2021.07.12 14:00 수정 2021.07.12 15:32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정치란 뜻 같이 하는 분들이 힘모아

하는 것…이런 원칙에서 입당 검토

윤석열 대안? 나 자체로 평가받겠다

협력 관계는 지금은 말할 수 없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 빈소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에 조기 입당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자신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체재 또는 '플랜B'로 평가받는 것에는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내며, 윤 전 총장이 시사한 '장외 단일화'에 대해서도 거리를 뒀다.


최재형 전 원장은 12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부친 고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삼우제(三虞祭)를 지낸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 경험이 없지만 정치라는 것은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힘을 모아서 공동의 목표를 이뤄나가는 과정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원칙에서 입당 여부와 시기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정당의 사전적 의미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창출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다. 최 전 원장이 정치의 의미를 이와 같이 규정한 것은 정치 행보에 있어서 정당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최 전 원장의 국민의힘 입당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최재형 전 원장은 "나를 윤 전 총장의 대안이라고 하는 분들이 사실 있는데, 나는 나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며 "윤 전 총장은 지금 가장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는 분이지만 그분과의 협력 관계는 조금 더 생각해보고 말씀드리겠다.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릴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최 전 원장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넘어질 경우의 대체재, 또는 '플랜B'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에 비해 서울법대 학번도 네 학번 선배이며, 사법시험·연수원 기수는 10기수나 앞선다. 그간 살아온 궤적도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과 비교해 딱히 밀릴 것도 없는 만큼 "나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는 말로 이같은 시각에 대해 불쾌감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이날자로 동아일보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정권교체를 확실히 할 수 있다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결단도 내려야 한다"며, 최 전 원장과의 '장외 단일화'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과의 협력 관계에 대해 유보적으로 답했다.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조기 입당한다면 윤 전 총장과의 '장외 단일화'는 사실상 자동적으로 무산된다.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릴 사항은 아니다"고 최 전 원장이 선을 그은 것은 이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최 전 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구체적인 정치 선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발언은 삼갔다. 부친의 삼우제로 성묘를 온 자리에서 정치를 논하는 게 예에 어긋나고 부적절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재형 전 원장은 "대한민국은 나라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분들이 세우고 지켜내고 번영케 한 자랑스런 유산"이라며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모든 국민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더 나은 미래에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살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과연 우리 청년들이 보다 나은 미래를 희망하며 살 수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며 "모든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살 수 있고 우리 사회 곳곳의 소외되고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도 따뜻한 빛이 비춰질 수 있도록 대한민국을 밝히겠다는 생각을 갖고 정치에 뜻을 두게 됐다. 그런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정치 선언을 아버님의 삼우제를 마치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내가 여기에 와서 대선 출정 선언을 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가는 일이 벌어졌는데, 내가 여기 온다는 것을 알고 있던 지인이 전달한 내용이 와전된 듯 하다"고 선을 그었다.


명시적인 정치 선언은 뒤로 미뤘지만, 이날 최 전 원장은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김에 고 백선엽 장군의 묘역과 함께 천안함·제2연평해전·연평도 포격 전사자 묘역을 두루 참배했다.


고 백선엽 장군은 지난 10일이 서거 1주기였다. 국민의힘에서는 정희용 의원이 백 장군의 최대 전적지인 경북 칠곡 다부동에서 추모 행사를 개최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안상수 전 의원은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백 장군 서거 1주기 추모 기도회에 참석했다. 이처럼 보수 진영이 중시하는 백 장군 묘역과 북한 도발로 인한 전사자 묘역을 참배한 것에서 이미 정치 행보는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최재형 전 원장은 "우연히도 우리 아버님의 유골을 안장하는 그날이 백 장군의 1주기"였다며 "평소 아버님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 군인이자 대한민국을 지켜낸 훌륭한 군인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아버님도 우리들이 백 장군 묘역을 참배하는 것을 기뻐할 것이라는 생각에 참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천안함·제2연평해전·연평도 포격 전사자 묘역은 아버님이 가장 아끼고 사랑한 해군·해병 후배로 이렇게 참배하는 게 아버님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개인적으로 유족, 관계자와 친분도 있기 때문에 오늘 삼우제를 지내는 기회에 이분들의 묘역을 참배했다"고 덧붙였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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