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인사가 '윤석열 치고 우리 도와라' 회유"
폭로에 '즉각 규명' 예고했던 李, 입장 선회
당 밖 尹 관련 폭로에 당 차원 대응 명분 부족
구체적 증거 無…섣부른 대응에 '역풍' 우려
가짜 수산업자 김 모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윤석열 캠프 전 대변인)이 여권 인사로부터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한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즉각적인 진상 규명'을 주장했다 하루 만에 '신중 모드'로 입장을 선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는 14일 강원도 철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 전 논설위원의 폭로에 대한 질문에 "우리 당 입장에서는 해당 의혹이 굉장히 거대한 의혹이지만 그에 비해 아직까지 사실관계가 확인된 것이 많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의혹의 심각함을 봤을 때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하면서 지켜보겠다. 이 전 논설위원이 추가 정보를 공개하면 그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 덧붙였다.
그는 철원 방문에 앞서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서도 "저희가 조사단을 꾸리든 뭔가 구체적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 전 논설위원 측에서 상당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그게 시작되지 않는다면 저희가 뭐 딱히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먼저 들어가 볼 수는 없다. 아주 면밀하게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전날 오후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전 논설위원으로부터 "여권 사람이 찾아와 Y(윤석열 전 검찰총장)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 했다"는 폭로가 나온 직후 이 대표가 "충격적인 사안이다. 당 차원에서 즉각적인 진상 규명에 착수할 것"이라 말한 것과는 사뭇 달라진 입장이라는 평가다.
이 대표의 기류가 달라진 데는 이 전 논설위원 폭로의 중심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전히 당 외부에 있는 탓에 당 차원의 진상 규명에 나설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실제 윤 전 총장의 정치 입문과 함께 정치권 안팎을 뒤흔들었던 'X파일 논란' 당시 이준석 대표는 "(윤 전 총장이) 당내 인사로 분류되는 분이 아니기에 최근 논란이 된 X파일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응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여전히 입당하지 않고 있는 윤 전 총장을 당내 인사로 분류할 수 없는 만큼, 당시엔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이번 사안에만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선택적 대응'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다.
변호사 출신의 장진영 국민의힘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은 "이 대표가 일관성 있게 대처하기 바란다. 'X파일 논란 당시와 지금 윤 전 총장의 입지가 달라진 것이 없는데 왜 갑자기 당 차원의 규명을 하겠다고 입장을 바꾸었는지 궁금한 것"이라며 "이 전 논설위원이 '정부의 공작'이라 했으니 다르다고 한다면, 'X파일 논란'도 윤 전 총장이 정부 사찰 의혹을 제기했기에 관련성에서 다를 바가 없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 전 논설위원의 발언만으로 폭로 내용이 사실이라 단정할 수 없기에 조금 더 추가적인 내용이 나올 때까지 선제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또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만일 여권을 겨냥한 폭로의 구체적인 정황 증거가 제기되지 않거나 당 차원의 진상 조사에도 유의미한 결과물을 얻지 못할 경우 되레 무리한 음모론을 제기하며 여론을 선동했다는 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탓이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 전 논설위원이 취재진을 향해 이야기한 것 이외에는 아무런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진상 규명 운운은 아무 실익이 없는 불필요한 대응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주장'이 아닌 '구체적인 사실'"이라며 "만약 거짓 폭로로 드러날 경우 당이 한 개인의 공작에 휘둘렸다는 비난에 휩싸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자세"라 강조했다.
따라서 이 대표는 당분간 관망세를 취하며 폭로 사태의 정치적 변동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인 만큼, 당 차원의 공식적 대응은 유예하더라도 수사기관과 언론을 통해 엄정하고 공정한 사실 관계 파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예의주시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