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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이동훈 폭로'에 '즉각 규명→신중 모드' 선회한 이유


입력 2021.07.15 00:20 수정 2021.07.14 22:29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與 인사가 '윤석열 치고 우리 도와라' 회유"

폭로에 '즉각 규명' 예고했던 李, 입장 선회

당 밖 尹 관련 폭로에 당 차원 대응 명분 부족

구체적 증거 無…섣부른 대응에 '역풍' 우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전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전국민재난지원급 지급을 합의했다 번복한 것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가짜 수산업자 김 모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윤석열 캠프 전 대변인)이 여권 인사로부터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한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즉각적인 진상 규명'을 주장했다 하루 만에 '신중 모드'로 입장을 선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는 14일 강원도 철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 전 논설위원의 폭로에 대한 질문에 "우리 당 입장에서는 해당 의혹이 굉장히 거대한 의혹이지만 그에 비해 아직까지 사실관계가 확인된 것이 많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의혹의 심각함을 봤을 때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하면서 지켜보겠다. 이 전 논설위원이 추가 정보를 공개하면 그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 덧붙였다.


그는 철원 방문에 앞서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서도 "저희가 조사단을 꾸리든 뭔가 구체적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 전 논설위원 측에서 상당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그게 시작되지 않는다면 저희가 뭐 딱히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먼저 들어가 볼 수는 없다. 아주 면밀하게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전날 오후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전 논설위원으로부터 "여권 사람이 찾아와 Y(윤석열 전 검찰총장)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 했다"는 폭로가 나온 직후 이 대표가 "충격적인 사안이다. 당 차원에서 즉각적인 진상 규명에 착수할 것"이라 말한 것과는 사뭇 달라진 입장이라는 평가다.


수산업자를 사칭해 116억 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로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 대변인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지방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마친 뒤 나와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 대표의 기류가 달라진 데는 이 전 논설위원 폭로의 중심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전히 당 외부에 있는 탓에 당 차원의 진상 규명에 나설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실제 윤 전 총장의 정치 입문과 함께 정치권 안팎을 뒤흔들었던 'X파일 논란' 당시 이준석 대표는 "(윤 전 총장이) 당내 인사로 분류되는 분이 아니기에 최근 논란이 된 X파일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응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여전히 입당하지 않고 있는 윤 전 총장을 당내 인사로 분류할 수 없는 만큼, 당시엔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이번 사안에만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선택적 대응'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다.


변호사 출신의 장진영 국민의힘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은 "이 대표가 일관성 있게 대처하기 바란다. 'X파일 논란 당시와 지금 윤 전 총장의 입지가 달라진 것이 없는데 왜 갑자기 당 차원의 규명을 하겠다고 입장을 바꾸었는지 궁금한 것"이라며 "이 전 논설위원이 '정부의 공작'이라 했으니 다르다고 한다면, 'X파일 논란'도 윤 전 총장이 정부 사찰 의혹을 제기했기에 관련성에서 다를 바가 없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 전 논설위원의 발언만으로 폭로 내용이 사실이라 단정할 수 없기에 조금 더 추가적인 내용이 나올 때까지 선제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또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만일 여권을 겨냥한 폭로의 구체적인 정황 증거가 제기되지 않거나 당 차원의 진상 조사에도 유의미한 결과물을 얻지 못할 경우 되레 무리한 음모론을 제기하며 여론을 선동했다는 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탓이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 전 논설위원이 취재진을 향해 이야기한 것 이외에는 아무런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진상 규명 운운은 아무 실익이 없는 불필요한 대응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주장'이 아닌 '구체적인 사실'"이라며 "만약 거짓 폭로로 드러날 경우 당이 한 개인의 공작에 휘둘렸다는 비난에 휩싸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자세"라 강조했다.


따라서 이 대표는 당분간 관망세를 취하며 폭로 사태의 정치적 변동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인 만큼, 당 차원의 공식적 대응은 유예하더라도 수사기관과 언론을 통해 엄정하고 공정한 사실 관계 파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예의주시할 것"이라 말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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