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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품격⑩] 전쟁의 슬픔을, 그리고 장동건-원빈-이은주를 다시 생각하다


입력 2021.07.19 09:32 수정 2021.07.19 09:33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류지윤 기자

한국 전쟁영화의 교과서, ‘태극기 휘날리며’

<편집자 주> 영화에 대해 사소한 잡담입니다. 배우, 연출, 배경에 대해 소소하게 혹은 장황하게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오래된 영화일 때도 있고, 지금 막 극장에 걸린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두 개의 영화를, 아니면 한 명의 배우를 이야기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코너에는 기자들의 사적인 감정이 많이 포함됐습니다.


구두닦이 일을 하는 진태(장동건 분)에게 가족은 ‘전부’다. 약혼녀 영신(이은주 분)과의 결혼도 중요하고, 동생 진석(원빈 분)의 대학 진학도 중요하다. 진석 역시 이런 형의 마음을 안다. 그러나 1950년 6월. 한반도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전쟁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피난길에 군인들에 의해 낙동강 방어선으로 끌려간 진태와 진석. 진태는 대대장에게 자신이 태극무공훈장을 받으면, 진석의 징집을 해제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뛰어난 활약으로 결국 훈장을 받지만, 전황이 그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게 한다. 그런 와중에 보도연맹사건으로 약혼녀 영신은 반공을 내세운 청년단원들에게 끌려가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진석 역시 국군에 끌려간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진태는 인민군에 합류해 깃발부대 부대장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전투에서 죽은 줄 알았던 동생 진석과 만난다. (줄거리)


유명준 : 원빈 복귀작 ‘태극기 휘날리며’. 2010년 영화 '아저씨' 이후 작품이 없다가 올해 초에 재개봉하니까 붙은 것이 ‘원빈 복귀작’.


홍종선 : 출연 영화나 드라마 수보다 출연 CF 수가 많은 원빈. 크. 한번 배우는 영원한 배우이고, 연기력도 워낙 좋은 배우긴 하지만 이제 CF모델이 직업인 듯.


류지윤 : 저도 원비의 연기가 반가웠어요.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지. 흠.


유명준 : ‘태극기 휘날리며’를 다시 본 소감은 어떠신지?


홍종선 : 영화 ‘아저씨’만큼은 아니더라도 그가 움직이는 모습을 작품에서 보고 싶다는 얘기를 드리며 소감을 말하자면. 지금 처음 개봉하는 영화라 해도 손색없다.


유명준 : 전 이번에 보면서 ‘확실히 잘 찍었다’라는 것을 다시 느낌. 지금 처음 개봉하는 영화라 하더라도 연기나 전쟁신 장면 등 모두가 좋았어요. 오히려 CG 스케일이 큰 ‘인천상륙작전’ 보다 더 스케일이 크다는 느낌이었으니까요.


홍종선 : 사실적 전쟁 전투신, 장동건을 중심으로 배우들 감정 연기도 좋고, 주제 의식도 좋습니다. 강제규 감독이 확실히 와이드 앵글, 역사물에 대한 접근이 좋네요. 한국영화 사상 두 번째 ‘천만영화’로 손색없는 작품이죠.


류지윤 : 저도 규모나 배우들의 연기들이나 모두 최근에 개봉했던 전쟁영화랑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어요. 우리나라 전쟁 영화의 퀄리티를 한층 높여준 작품인 것 같아요. 우리도 이렇게 잘 만들 수 있다.


유명준 : 그렇죠. 그런 부분이 ‘포화 속으로’ ‘인천상륙작전’의 이재한 감독과 확실히 차이가 나요. 이재한 감독은 한국전쟁에 대한 이해보다는, 그냥 할리우드 영화 만드는 느낌인데 강제규 감독은 사람을 향해 접근하니까요.


홍종선 : 강제규 감독이 서사를 만드는 이유, 인물의 감정 전달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잊지 않았네요.


류지윤 : 네 이런 영화는 국뽕이나 신파랑 키워드가 꼭 따라붙기 마련인데 선배 말씀처럼 접근이나 인물의 서사가 조금 더 친절했다고 해야 되나. 몰입이 쉬웠어요.


유명준 : 조금 더 이야기하면, 이재한 감독은 학도병을 거의 할리우드 히어로물로 만들 수 있는 대상으로 본 거 같고, 강제규 감독은 사람 한명 한명에게 이야기를 넣었죠. 물론, 장동건의 변화는 조금 비판이 있었죠. 구두 닦던 사람이 갑자기 특수부대 수준의 전투력을 보여서.


홍종선 : 총알도 알아서 피해가는 미모. 하하.


유명준 : 크. 2004년도에는 “뭐지 이거”였는데, 지금 보면 “아 그럴수도”의 생각이 들죠.


류지윤 : 장동건이나 원빈은 비주얼에 연기가 가려지는 케이스인데 이 영화는 연기력도 같이 보이게 하는. 하하. 이런 작품을 만나는 것도 배우의 운인 것 같아요 물론 배우가 잘한 것도 있지만.


홍종선 : 동생을 살리겠다는 절박함, 일찍부터 육체노동과 서바이벌 눈치가 보태지면 가능하다. ‘타고난 전투형 근육이었다’ 생각하기로 해요. 하하.


류지윤 : 크. 합리적 눈감기. 이후에 ‘와 연기 진짜 잘한다’고 인상에 남은 작품은 한참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홍종선 : 장동건이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안성기, 박중훈에게 확실히 연기수업 받았다는 걸, 그 뒤 ‘친구’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확인 시켜줬다고 봐요. ‘인정사정’이 1999년인데, 그 후 5년 정도는 하는 것마다 잘했어요.


유명준 : 전 ‘해안선’에서 한번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고 생각해요. 그후 ‘로스트 메모리즈’하고 ‘아나키스트’ 때는 ‘친구’하고 연기선이 비슷하다고 생각을. 그래서 ‘해안선’이 조금 달라보였던 거 같아요.


홍종선 : ‘로스트 메모리즈’ ‘친구’ ‘해안선’ ‘태극기’ 계속 좋았는데, 그 뒤로 유 기자 말마따나 다소 들쭉날쭉. 그래도 최근에 ‘7년의 밤’ 오영제 역 살인범 연기도 좋았어요.


유명준 : 호평과 비판을 같이 받더라도 장동건의 확실히 도전을 많이 하네요. 그래도 뭐. 장동건은 원빈보다 확실히 작품을 많이 했네요. 원빈은 ‘태극기’ ‘마더’ ‘아저씨’ 그리고 줄줄이 CF.


홍종선 : 그렇죠. 장동건은 계속 연기 선생님 붙이고 다양한 장르에 자신을 굴리며 발전에 몸부림쳤으니. 출연작 나름 많죠.


유명준 : 오랜만에 본 이은주는 어떠셨는지?


홍종선 : 아. 죽는 장면, 정말 눈물이 엄청 나더라고요. 다시 보는 장면인데도, ‘이렇게 좋은 배우였는데’ 싶어 너무 안타까워요. 튀지 않으면서도 어느 순간 에너지를 확 끓어 올릴 줄 아는 배우 이은주.


유명준 : 그리고 보니 류 기자는 이은주 작품을 많이 못 봐겠군요.


홍종선 : 그렇겠네. 이은주는 비슷한 컬러의 배우가 없어요. 그래서 더 아쉽고 슬픈.


류지윤 : 저 ‘불새’와 연애소설‘이요.


홍종선 : 오호! 주요작을 봤네.


류지윤 : 저 비보 들은 날 아직도 기억나요. 유명인이 사망해서 느끼는 충격적인 감정을 이은주 배우로 처음 느꼈어요. 그 전까지는 뭔가 제대로 인식을 안 하고 제가 잘 모르거나 관심 없던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그때 한창 잘 나갈 때라 안 믿겼어요. 연예인에 크게 관심 없다가, 관심을 가질만한 배우가 생겼는데, 그런 비보가.


유명준 : 안타까운 배우. 2박3일 집에 가지 않고 취재했잖아요. 2월 22일이라 날짜도 선명. 벌써 16주기네요. 장진영도 이은주도 자신을 던져 도전하는 데에 용기를 냈던 배우들이 일찍 가서 한국영화로서도 큰 손실이에요. 그런 진지한 탐구자세는 흔하지 않아요.


류지윤 : 살아있었으면 유일무이한 존재였을 거 같아요. 지금 봐도 분위기가 ‘넘사벽’이라 아우라가 있다고 해야하나.


유명준 : 두 분은 혹시 ‘형제의 상’은 보셨어요? 이 ‘태극기 휘날리며’가 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알려졌죠. 단지, 저기는 형이 국군, 동생이 인민군. 저 이야기를 나중에 듣고, 영화를 보니 정말 저런 상황이면 미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홍종선 : 장동건이 리태진 소좌가 되어서 마치 좀비처럼 눈 돌아버린 연기, 좋았어요. 사랑하는 여자를 보도연맹사건으로 잃고, 목숨 같은 동생을 국군이 죽였다고 생각해 정신줄 놔버린 남자.


유명준 : 눈 돌아버린. 그건 정말 인정이요. 정신줄 놓고 싸우고, 동생도 못 알아보는.


홍종선 : 여담인데, 그 장면 다시 보는데, 그 시커먼 흙칠을 하고 둘이 나란이 있으니 미모의 차가 보이더라는. 원빈, 의문의 1패.


류지윤 : 그래도 원빈이니까. 크 장동건 동생 역에 납득이 갔지. 다른 배우였으면, 너무 차이가 많이 났을 것 같아요.


홍종선 : 그 당시 시사회 때, 장동건에서 빛이 나서 원빈은 보이지도 않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죠. 원빈이 ‘우리형’ 찍을 때라 삭발로 참석하기도 했고. 원빈이 연기 열심히 잘해서 얼굴 막 구겨 울고 했던 그런 영향도 있었을 듯한데. 확실히 장동건 조각 얼굴은 ‘넘사벽’.


류지윤 : 전 원빈 배우를 실제로 한 번도 못 봤어요.


홍종선 : 류 기자는 언제 볼 수 있으려나. 도통 차기작을 고르질 않으니.


유명준 : 그렇죠. ‘이번에 어떤 작품에 들어간다’라는 말만 나오다 끝나니. 그래도 이번에 판권 무제가 해결되서 올해 초에 극장에서 보고, 지금은 웨이브에서 볼 수 있으니 다행이죠. ㅋ. 김새론이 결혼할 때쯤이나 작품 할는지.


류지윤 :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본인 부담은 더 커질텐데’라고 말하기에는 이미 공백기마저 ‘넘사벽’.


홍종선 : 나는 그의 연기가 보고 싶다. ‘아저씨’로 주연상 휩쓸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마더’ 연기가 백미. 아니 어떻게 김혜자, 최고의 연기파랑 연기하는데 밀리질 않냐. 본인이 잘하는 걸 해야 하는데, 연기. 모두의 말처럼 공백기 길어질수록 선택에 부담만 커지는 건데. ‘겨우 이거 하려고 했던 거’라는 반응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으니. 그냥 평범한 영화로 확 재개했으면 좋겠어요. 뭘 해도 잘 할텐데.


류지윤 : 그런데 지난번 ‘명량’ 했었잖아요. ‘태극기 휘날리며’ 보다가 공형진이 ‘일제 때는 나라라도 구하려고 싸웠지만 지금은 뭐냐’고 울부짖는 게 마음 아팠어요. 임진왜란 때랑 일제 때는 그래도 필사적으로 이유가 있었는데, 이건 싸우면 싸울수록 상처만 생기니.


홍종선 : 맞아 형제끼리 뭐하는 거냐고. 형제의 나라도 아니고 같은 나라, 같은 민족 끼리 총부리를 겨누었으니 ᆢ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는지. 구두닦이 용석이를 전장에 인민군으로 세운 설정이 대단. 주제의식을 구체적으로 절감케 했죠.


유명준 : 단지 블록버스터 차원으로만 생각했다면, 할리우드식이라면 절대 천만은 안됐을 듯요. 한국 영화는 어쨌든 드라마 성격이 더 강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보면 그 이후 만든 ‘마이웨이’는 강제규 감독이 다소 무리수를 둔 느낌이 들었죠.


홍종선 : 천만으로 만든 이유에 깊은 역사의식도 있는데, 신파가 아니라 세련되고 좋았어요. ‘마이웨이’는 강 감독에게도 장 배우에게도 무리. 그러나 처음에 말했듯 강제규 감독이 실화 바탕 역사의식 블록버스터를 와이드 앵글로 실감나게 잘 찍기에 영화 ‘보스턴 1947’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발목을 제대로 잡네요. 우리나라가 일제강점에서 독립됐다는 사실을 세계의 눈이 쏠리 국제마라톤을 통해, 그것도 미국 독립의 상징인 보스턴에서 열리는 마라톤에서 알리려던 게 목적이었는데 말도 안 되게 서윤복이 1등을 했어요. ‘명량’처럼 실화니까 믿지 픽션이면 아무도 믿지 않을 실화죠. 지난해 ‘여름 대작’ ‘설연휴 대작’ 이렇게 계속 개봉시기가 늦춰지고 있죠.


류지윤 : 언제 볼 수 있으려나. 하정우 없는 여름 극장가라니.


홍종선 : 임시완이 제대로 서윤복 느낌 내고 하정우가 손기정 선생에 대한 새롭게 접근했다고 들었어요. ‘여름’엔 ‘하’정우였는데.


<‘태극기 휘날리며’는>


홍종선 : 강제규ㆍ장동건ㆍ원빈, 공백을 깨야 하는 영화인들 ‘미리보기’. 명화. 남과 북, 진태와 진석, 형제의 비극을 그린 한국전쟁 영화의 교과서.


류지윤 : 17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 개봉해도 손색없는 한국 전쟁영화의 자존심. 장동건, 원빈의 얼굴이 아닌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다시 또 이런 작품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유명준 : 몇 번을 봐도 새로운 영화. 전쟁이 아닌 사람에 대한 이야기. 그러기에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것을 가장 강력하게 보여줬던, 보여주는, 보여줄 영화.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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