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수사단계부터 국선변호인 도입 추진…법률지식 부족 사회적 약자들 불이익 방지
변호사들 "기존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도 예산부족 부실…생색내기 될 수 있어"
"조두순 같은 중범죄자에도 국민세금 투입하는 꼴…변론의 질 떨어지고 이해충돌 발생"
법무부가 사회·경제적 약자인 범죄 피의자들이 수사 초기단계부터 국선변호를 받을수 있도록 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발표하자 변호사 업계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도입을 위한 형사소송법 및 법률구조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별도 공단인 형사공공변호공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3년 이상의 법정형에 해당하는 범죄 혐의로 수사기관에 출석 요구를 받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주는 제도다. 대상자는 미성년자, 70세 이상 노령층, 청각장애인, 심신장애자 등 사회적 약자와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 계층 등이다.
현행 국선변호인 제도는 영장실질심사 등 재판 단계에서만 조력을 받을 수 있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검·경 수사 단계에서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사회적 약자들이 법률지식이 부족해 수사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를 막겠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인 피의자들에 한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피해자와 피의자 인권을 함께 증진한다는 취지에서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구조대상이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에 대해 김건수 법무부 인권국 서기관은 "1년에 입건되는 피의자는 236만명이고 공단의 구조대상은 2만명 정도로 1% 수준이 안된다"며 "이 가운데 70세 이상은 2000명 정도인데 사선 변호사를 쓸 만큼 부유한 노인은 소수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서기관은 "중대한 범죄혐의를 받는 피의자도 재판으로 죄가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무죄추정원칙이 적용되야 하는 인권보호 대상"이라며 "경제사회적 약자는 수사단계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데 공단은 이들을 돕는 역할이지 이들의 죄를 부인하는 제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산하에 수사기관과 변호기관을 함께 두는 것은 이해충돌 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이사회 구성 등에서 독립성 보장을 위한 장치들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변호사들은 제도 도입에 우려를 표출했다. 현재 시행중인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도 예산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안착하기 어렵고,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황귀빈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는 "계속 나오는 얘기지만 대상 범위가 너무 넓다. 70대 이상이기만 하면 돈이 많은 피의자도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도 예산이 모자라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신 변호사는 "조두순처럼 살인, 강도, 아동학대 등 중범죄 가해자에게도 그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세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인데, 국민이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변론의 질이 떨어지거나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거듭 제기되고 있다. 전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인 이충윤 법무법인 해율 변호사는 "수사단계에서 변호사 조력이 가장 중요할 때는 경찰·검찰의 피의자 조사 단계인데 변호사 업무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체력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시간"이라며 "실비 수준의 보수를 받는 형사공공변호인에게 양질의 변호를 기대하기 어렵고 형식적 조력에 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는 검찰을 감독하는 기관인데 형사공공변호공단도 법무부 제도로 관리·감독되는 형태"라며 "형사사법제도의 공격과 방어를 모두 법무부에서 감독한다는 측면에서 이해상충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