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주, 임기 6개월 전 사표 제출
선거 앞두고 이례적 상황에 뒷말
野 "코드인사로 선관위 장악 우려"
與 "지켜보자"며 신중한 기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퇴임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새 상임위원 임명을 통해 12월 초 예정된 선관위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의심했다.
20일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조해주 상임위원이 사직서를 제출한 게 맞다”고 밝혔다. 다만 사직서를 제출한 시기나 이유 등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조 상임위원은 후보자 지명 때부터 공정성·중립성 관련 논란이 뜨거웠던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대선 후보 시절 캠프 특보로 일했던 경력이 문제가 됐다. 야권은 반발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끝내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제대로 된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 최초의 선관위원이었다.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했던 만큼, 조 상임위원의 갑작스러운 사표 제출 소식이 전해지자 뒷말이 무성하다. 이와 관련해 야권과 선관위 주위에서는 ‘선관위 장악 의도’라는 의심이 나온다. 임기 종료를 앞둔 조 상임위원 대신 ‘새’ 상임위원을 임명해 오는 12월 선관위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선관위 실무는 사무총장이 총괄하고 위원회는 운영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기 때문에 ‘과도한 해석’이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상임위원이 실질적인 선관위원장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중앙선관위는 1명의 위원장과 1명의 상임위원,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선관위원장은 대법관이 겸임하는 ‘명예직’에 가깝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간사를 맡고 있는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대선과 지방선거 등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임기가 남아 있는 상임위원을 갑자기 사퇴시키고 후임을 임명하려는 모습에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인사권은 사무총장이 가지고 있지만, 인사권자 위의 상급자가 공식·비공식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우려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상임위원도 임명 때 공정성 논란이 많았는데, 또 정권의 코드에 맞는 사람을 후임에 앉힐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청와대가 만약 후임 인선을 하게 된다면, 야당도 수용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해야 한다. 조 상임위원의 사표와 후임 인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에 상응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 측 인사들은 신중한 반응이다. 행안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사직서 제출 사실과 배경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특이 사항이 있다면 청와대에서 정리해 발표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선관위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도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