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지낸 김동연, 대선 출마 시사
金, 여야에 거리 두고 있지만 여야 모두 '자기 사람' 인식
충청 출신·중도 확장성·흙수저 스토리 등 '탐나는 카드'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전 부총리가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여권과 야권 중 어느 진영으로 갈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1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34년간 공직에 몸담아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이 미래와 나라를 위해 해야 될 일이 있다면 몸을 던지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여야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김 전 부총리는 일단 여야 양측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결국 서로 '자기 쪽'으로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 전 부총리가 문재인 정부의 대표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등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가 사퇴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은 김 전 부총리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권 후보군으로 분류된 것은 물론 정책·정서가 자당에 가깝다는 판단으로, 서로 '자기 당 사람'으로 확신하는 모습이다. 김 전 부총리는 '제3지대'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제3지대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정치 세력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환골탈태해야 한다"고만 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에 대해 "제3지대에서 (가능성을) 모색하다가 여권과 단일화를 할 것이냐 야권과 단일화를 할 것이냐의 갈림길에 설 텐데, 그 분 성품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신뢰 등을 볼 때 저쪽(국민의힘)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딪힌 것은 알지만 지난 일"이라며 "윤석열, 최재형의 길을 김동연이 간다고 하면 성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김두관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 전 부총리는 국민의힘이랑은 물과 기름이다. 민주당과 꼭 함께하면 좋겠다"며 "당장 힘들다면 제3지대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고, 차후에 기득권 정치교체를 위한 대연합의 길을 함께 걸었으면 한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면서 "김 전 부총리는 비전과 철학도 없이 정권과 각을 세웠다는 이유 하나로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윤석열·최재형류와는 근본이 다르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 전 부총리의 야권 합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부총리도 영입 대상 중 한명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계속 소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과도 접촉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의힘 입당설에 대해 굉장히 희망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김 전 부총리는 지난 16일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이번 주 권 의원을 만나는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전 부총리가 "정권 교체나 정권의 재창출을 뛰어넘는 정치 세력과 의사결정 세력의 교체로 이 문제(경제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고,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해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는 이유만으로 대권 후보가 되는 것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다"고 비판한 점을 비춰볼 때 야권보단 여권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 전 부총리가 국민의힘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연히 우리 당으로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우리 당과 일하는 게 맞다"고 했다.
현재 김 전 부총리가 표면상으론 어느 쪽에도 뚜렷하게 '눈길'을 안주면서, 그의 마음이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는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점은 김 전 부총리가 역대 전국 단위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충북 음성) 출신이라는 것과 중도 확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것, '흙수저 신화' 스토리 보유자라는 점 등에서 여야 모두에게 '탐나는 카드'라는 것이다. 김 전 부총리가 어느 당과 손을 잡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