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광범위한 댓글조작 인정
'드루킹 사건' 수면 위로 끌어올린 여권
1심 땐 "보복판결"…대법 선고는 '수용'
野, 김경수 넘어 문재인 대통령 정조준
대법원이 21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해 드루킹 일당과의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을 확정판결했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적자'인 김경수 지사는 지사직을 박탈당하고 재수감 절차를 밟게 됐다. 아울러 지난 대선 당시 포털 사이트 등에서 댓글 조작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게 인정된 셈이어서, 문재인 정권의 정당성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히는 등 후폭풍을 예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김 지사는 '드루킹'(필명)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기사 7만6000여개에 달린 댓글 118만800여개에 총 8840만여회의 공감·비공감 클릭 신호를 보내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자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오르내렸던 김 지사는 도지사직을 잃게 됐다.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을 선고받으면 당선 무효가 된다. 또 공직선거법 및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김 지사는 징역형 집행을 완료한 뒤 5년이 경과할 때까지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그의 정치생명은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이 됐다.
애초 드루킹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여권이었다. 2018년 1월 방송인 김어준씨가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며 '매크로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고, 같은달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루킹이 확인되고 김 지사 연루 사실까지 드러났다.
민주당은 1심 때만 하더라도 김 지사를 법정 구속했던 성창호 부장판사를 향해 '양승태 키즈'로 낙인찍으며 '보복 판결'이라고 몰아붙였다. 민주당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대책위원회는 김 지사의 1심 판결문의 법리적 모순점을 분석하는 기자간담회도 열었다. 그러나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대법원 선고에 대해선 "아쉬움이 크다"면서도 "그럼에도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 민주당은 경남도 도정의 공백과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김 지사를 넘어 문재인 대통령을 겨누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선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러 선거 결과를 왜곡했다고까지 할 수 있는 이 중대한 사항에 대해 대통령 임기가 다 마쳐지는 이 시점에서야 겨우 확정 판결이 났다는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정의가 늦게 실현됐지만, 민주당과 문 대통령은 어떻게 국민 여론을 왜곡시키고 허위 가짜뉴스로 선거 결과를 뒤집었는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덧붙였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은 19대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자에 대한 댓글조작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 부정에 대해 입장을 밝히시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반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2017년 대선은 누가 봐도 문재인 후보의 승리가 예견됐던 선거다. 문재인 캠프가 불법적 방식을 동원해야 할 이유도, 의지도 전혀 없었던 선거"라며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 자리로 돌아온다'는 김 지사님의 진정을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