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영화 보는 일 많아진 요즘, 해석 콘텐츠 찾고 의견 나누는 수요 늘어”
코로나19 이후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다수의 신작들도 개봉을 미뤘다. 그 사이 집에서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 흐름을 겨냥한 새로운 영화 관련 콘텐츠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 KBS2 ‘영화가 좋다’는 ‘영화 소개’로 긴 시간 시청자들을 만나 온 대표적인 영화 전문 프로그램이다. 신작을 포함해 다양한 영화들을 소개하며 시청자들에게 정보와 재미를 제공해 왔다. 구작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주로 신작들을 알차게 요약해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묘미가 관전 포인트다.
지난 2018년 후발주자로 나선 JTBC ‘방구석 1열’은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방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MC 봉태규, 장성규 외에 변영주 감독과 영화 전문 기자 등 전문가들이 패널로 출연해 전문적인 내용을 전달한다. 소개되는 영화와 관련이 있는 영화인들도 초대해 대화의 풍성함을 더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도가 영화 마니아들을 아우르는 계기가 됐다. 시청률은 1% 내외로 높지 않은 편이지만, 팬들의 지지 덕분에 3년이라는 긴 시간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김미연 CP는 프로그램의 호평 이유에 대해 “영화와 그 안에 담긴 인문학적 이야기를 같이 들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간단한 영화 소개에서 벗어나 감독이 영화를 만든 의도부터 다양한 분야의 제작 스태프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의도를 소개하다 보니 아무래도 마니아층이 궁금해했던 부분을 작게나마 충족시키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더욱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OTT, 모바일을 통해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부터는 신작이 아닌 구작의 소개도 가능해졌다. 명작으로 꼽히는 옛 영화들을 즐기는 흐름도 생겨났으며 이 흐름을 반영한 새로운 매력의 영화 전문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8월 송은이, 영화감독 장항준이 진행하는 영화 전문 팟캐스트 ‘씨네마운틴’이 방송을 시작했다. 송은이가 전반적인 진행을 맡고, 장항준 감독이 그날 소개되는 영화의 다양한 뒷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프로그램 역시도 전문가의 시선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풀어내는 것이 장점이다. 장항준 감독의 입담과 이를 안정적으로 받치는 송은이의 조합 역시도 시청자들의 호평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23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홍진경의 영화로운 덕후생활’ 또한 소개하는 콘텐츠의 폭을 넓혔다. 최신 신작부터 지금 이 순간 제일 핫한 클립까지. 홍진경과 이동진 평론가가 하나의 콘텐츠를 추천하며 이를 두고 다양한 대화를 나눈다.
왓챠에서는 다중 동시감상 기능 ‘왓챠파티’를 활용한 색다른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왓챠파티를 통해 콘텐츠를 감상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실시간 음성 코멘터리(해설 및 설명)를 듣는 ‘헐왓챠파티에’ 캠페인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27일 오후 10시에는 작가 주호민이 영화 ‘미스트’를 시청자들과 함께 감상하며 설명을 풀어냈다. 배우 한예리와 유인나, 이병헌 감독, 황석희 번역가도 영화의 코멘터리 호스트로 나설 예정이다. 콘텐츠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이것을 매개로 판을 만들고 놀이 문화로 확장시키는 것을 즐기는 MZ세대들의 취향을 제대로 겨냥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로 신작의 숫자는 줄어들고 극장을 찾기도 쉽지 않지만, 마니아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즐기고 있다. 해설과 토론을 통해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즐기는 긍정적인 흐름도 엿보인다.
김 CP는 “극장으로 가는 발길이 줄어들긴 했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은 OTT나 타 플랫폼을 통해 그 욕구를 채우려 하고 있다. 그런 소비자의 니즈에 발맞춰 각 플랫폼들도 다양하고 좋은 영화들을 서비스하고 있다”며 “혼자 집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많아진 요즘엔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에 대한 애정과 궁금증으로 영화 전문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팟캐스트 등을 찾아보게 되고 또 그에 대한 의견을 온라인으로 나누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이런 순환들이 다양한 영화 전문 프로그램들을 탄생하게 한 동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