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인디그라운드(66)] 제이레빗 ‘정다운’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힐링


입력 2021.07.28 15:29 수정 2021.07.28 15:3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데뷔 후 첫 연주앨범 '다운쓰바운쓰' 7월 28일 발매

"각기 다른 선율로 연주한 정다운의 이야기"

ⓒthe Rabbit hole Studio

모든 음악엔, 그만이 가진 고유의 에너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귀’가 아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음악들은 꽤 오랜 시간 대중에게 머문다. 여성듀오 제이레빗(연주 정다운, 보컬 정혜선)이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번 ‘입덕’하면 빠져나올 수 없는 힐링 에너지 때문이다.


정혜선의 청아한 음색도 더할 나위 없지만, 제이레빗의 ‘치트키’는 정다운이다. 그는 피아노는 물론, 바이올린, 어쿠스틱 기타, 퍼커션, 첼로 등 ‘못 다루는 악기’를 찾는 게 빠를 정도다. 정다운의 탄탄한 연주는 정혜선의 청아한 보컬에 힘을 실어주고, 안정감까지 느끼게 한다.


제이레빗의 많은 팬들 중에서도 ‘인간 쥬크박스’ ‘걸어다니는 MR’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정다운의 연주곡을 듣고 싶어 하는 목소리도 컸다. 이 목소리에 대한 응답은 무려 데뷔 후 11년이 돼서야 이뤄졌다. 그는 28일 첫 연주 앨범 ‘다운쓰바운쓰’(DounceBounce)를 내놓았다. 온전히 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선율은 여지없이 ‘힐링’을 안긴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했다고 했는데요, 이 음악을 업으로 삼게 된 계기도 있나요?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많이 노출된 상태였어요. 집안의 분위기나 방과 후 시간이나, 교회에서 접하는 것들이나, 음악이 흐르지 않던 곳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13살이 되던 해에 가족 구성의 변화로 이민을 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대학 진학을 결정할 시기에 예술전공보다는 (그때 당시) 안정성을 보장하는 영문학과를 권하시는 부모님과의 신경전을 겪으면서 ‘음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확실하게 생겼던 것 같아요(웃음). 한국에 있는 실용음악과를 서치 하다가 대중문화 예술인들을 많이 배출했다는 서울예대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후, 막연히 ’이 학교 시험이 떨어지면 다른 전공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선 6월 졸업 후 바로 한국을 들어왔어요. 3개월 뒤, 10월 수시전형으로 예대에 합격하게 되면서 레슨비도 많~이 아끼고, (하하) 본격적인 음악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제 인생에 손꼽히는 아찔하고 기적적인 사건입니다.


ⓒthe Rabbit hole Studio

-제이레빗으로 데뷔한 이후 별명이 아주 많이 생겼어요. ‘인간 쥬크박스’ ‘걸어다니는 MR’ ‘인간 반주기’ 등. 대체 몇 개의 악기를 다룰 수 있는 건가요(웃음).


그러게요. 하하. 제이레빗 활동을 유튜브로 시작했고 두 사람의 연주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주 콘텐츠였죠. 악기 담당인 저는 편곡이 바뀔 때마다 악기가 바뀌고, 늘어나고, 심지어 보컬도 연주하는 사람이 다룬다는 말까지 듣게 되는 지경이었어요(웃음). 모든 악기가 수준급의 연주 실력은 아니지만, 영상 편집과정에서 즐겁게 연주하는 모습을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요.


-28일 발매한 ‘다운쓰바운쓰’(DounceBounce)는, 데뷔 11년 만에 본인의 이름을 걸고 나온 첫 앨범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시기적으로 문화 관련 종사자들이 소극적이기 쉬울 때인 만큼, 연주 앨범 발매를 확정 짓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방해 요소로 느껴지는 여러 상황을 극복해야만 했고, 우여곡절 끝에 완성을 하고 보니 감사한 마음이 그 어느 때 보다 큰 중입니다.


-연주 앨범을 내고자 했던 이유가 있나요?


어린 시절부터 틈틈이 써온 연주곡들이 노트에 쌓여갈 때마다, ‘언제쯤, 어떤 방식으로 이 곡들을 세상에 내놓게 될까’하는 마음이 늘 있었어요. 팀에서 곡 작업과 녹음을 주로 맡아왔고, 작업이 끝나면 여러 활동이 시작되는 루틴이다 보니 집중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연주앨범 작업은 병행이 쉽지 않았어요. 노래하는 혜선이의 출산이 팀의 공식적인 휴식을 보장해주었고(웃음), 솔로 활동에 대해 혜선이를 비롯한 여러 동료분의 격려를 힘입어 용기를 갖고 본격적인 앨범 구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앨범 소개 부탁드려요.


정다운 1집, 앨범의 제목은 ‘다운쓰바운쓰’에요. 제 유튜브 채널 이름이기도 한데요(웃음), 말장난에서 시작된 저의 별칭(다운쓰)에 흥과 라임이 더 해져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신나는 랙 타임을 기반으로 재치 있는 재즈 트리오 연주가 돋보이는 신곡 ‘바이 페이보릿 릭스’(My Favorite Licks)와 개인적으로 집에서 쉴 때 틀어두고 싶어서 만든 제이레빗의 ‘요즘 너 말야’가 더블 타이틀이랍니다. 보너스 트랙까지 총 11곡의 트랙이 각기 다른 선율로 정다운의 이야기를 연주하고 있어요.



ⓒthe Rabbit hole Studio

-가사가 없는 연주곡들이 오히려 더 힐링, 위로가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곡이 가진 분위기 내에서 리스너의 다양한 생각들이 대입이 가능해서인 것 같기도 하고요.


맞아요, 저도 연주곡의 가장 큰 매력은 ‘리스너의 상황에 음악이 더 해질 때’라고 생각해요. 평범한 일상도 어떤 음악이 흘렀는지에 따라 장면이 다르게 기억되고, 극적인 상황들도 어떤 음악과 함께했는지에 따라 감정의 다이내믹에도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매일 접하지만, 늘 신기한 것 같아요.


-더블 타이틀곡 중 한 곡인 ‘요즘 너 말야’를 비롯해 제이레빗의 기존 음악들도 연주곡으로 담겼는데요. 제이레빗의 음악들을 연주곡으로 꼭 듣고 싶었던 터라 더 반가움이 있어요. 팀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구성인가요?


애정으로 느껴주셨다면 정말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하루 중 어떤 순간에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은 제이레빗 활동을 통해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실 텐데, 듣기 어렵고 생소한 11곡의 연주앨범을 만드는 것보다는 익숙한 듯 새롭고, 신선하지만 친절한 앨범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애정애정)


-언뜻 ‘제이레빗의 음악은 악보가 없다’고 이야기했던 게 기억나요. 이번 연주곡의 경우는 어떤가요?


오, 기억력이 좋으십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완벽한 악보’가 없어요(웃음). 혜선이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서로 흥얼거리다 보면 멜로디 악보를 만들기 전에 이미 익숙해져 버려서 악보 만드는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하하. 하지만 녹음을 진행하려면 명확한 멜로디는 공유되어야 하므로 최소한 멜로디 악보는 만들어 두려고 합니다. 이번 연주 앨범은 녹음 일정과 피아노 악보 제작 일정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역대급 노동의 결과로, 감격스러울 정도의 완벽한 악보를 얻게 되었어요. 제작에 도움 주신 많은 분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짝짝짝)


-기존 제이레빗의 음악들처럼, 이번 연주곡들도 희망적인 곡들이 많아요. 평소 성향이 반영되는 걸까요?


평소 성향은 친절하지만 장난기가 많은 편이며, 한량인 듯 하지만 잔머리가 계속 도는 타입이에요. 하하. 멜로디나 주제는 주로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얻어요. 상황을 곱씹을 때 얻어지는 감정이나 깨달음에서 얻는 것 같아요. 여행을 좋아하고, 살아가는 삶을 관찰 하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바다든, 강이든요!


-그래서 ‘제이레빗=힐링’이라는 공식까지 생겼어요. 본인의 곡이 스스로에게 힐링이 되기도 하나요?


‘힐링’이라는 표현은 정말 감사해요.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 있는 음악 생활을 이어가게 해주거든요. 스스로 만든 곡으로 힐링까진 아니지만, 두고두고 꺼내 들어요(웃음). 제가 좋아하는 소리들로 만들어진 음악들이기 때문에 들으며 안정감을 얻기도 해요. 리스너들에게 ‘힐링’으로 닿아지는 영역은 제가 의지하는 신의 역할이 더 큰 것 같아요.


-수록곡들 중에 특히 애정하는 곡이 있나요?


모든 곡이 각자 다른 이야기가 있어서, 애정 하는 한 곡을 고르기가 정말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음…모든 계절과 모든 순간에 잘 어울릴 것 같은 곡은 ‘요즘 너 말야’와 마지막 트랙인 ‘땡큐’(Thank You)일 것 같아요.


ⓒthe Rabbit hole Studio

-앨범 작업에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췄는지도 궁금해요.


‘노래’가 흐르는 연주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편히 들으며 익숙해질 곡이길 바랐고, 익숙해지면 흥얼거릴 수 있는 연주곡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손에 익은 코드 보이싱(화성)을 나열하거나, ‘감성’이 전달되는 것 외에 ‘감정’만 담아있는 연주곡은 되도록 피하고 싶었어요. ‘감정’을 갖는 것은 리스너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었어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요?


이번 앨범은 특별히 크라우드 펀딩으로 기초를 세웠어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의 성원으로 건강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어요.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서 앨범을 만드는 것 외의 콘텐츠들을 만드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했어요. 덕분에 잊지 못할 귀한 경험을 얻었고, 역대급 노동의 대가를 지불해야 했죠(웃음). 정말 주변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마무리까지 잘 진행할 수 있었어요. 다들 복 많이 받으세요.(울먹)


-특히 이번 앨범을 ‘원테이크’ 방식으로 녹음하셨다고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이번 앨범은 많은 악기가 사용되지는 않았어요. 첫 연주앨범이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었지만, 원하는 바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가장 빨리 정리되었던 부분이 악기편성이었어요. 피아노 솔로곡을 제외한 트랙 리스트의 절반 정도가 재즈 트리오를 기반으로 편곡 방향을 잡았어요. 그러고 나니 연주자 섭외가 정말 중요한 몫으로 남겨졌는데, 제가 너무 좋아하는 드러머 박성룡 님과 베이시스트 이용규 님 두 분의 참여로 앨범 작업에 박차를 가했죠.


두 분의 합류로 원테이크 녹음을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어요. 원테이크 녹음을 목표로 한 앨범은 ‘세션’의 개념보다 ‘팀’의 개념으로 합주를 준비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해요. 이런 프로세스에 너무나도 적합한 두 분의 성품과 연주 기량 덕분에 더욱 생동감 있고 풍성한 이야기가 들리는 노래로 앨범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리스너들이 이 앨범을 통해 어떤 마음을 얻어가길 바라실까요?


그저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음악을 통해 이유 없는 쓸쓸함이 전달되기보다, 이왕이면 생명을 살리는 마음과 에너지가 닿길 바랍니다.


-정다운 씨가 앞으로 보여줄 음악들, 역시나 ‘힐링’을 줄 수 있는 곡일까요?


아마도요(웃음). 앞으로도 반갑고 기분 좋은 사람이 되도록,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영원히 늙지 않는 셀럽의 영역보다는, 삶을 함께 공유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으로(웃음) 가능한 성실하고 꾸준히 콘텐츠를 만드는 제이레빗의 정다운이 되겠습니다. 무더위 건강 유의하시고, ‘다운쓰바운쓰’ 앨범 들으시면서 오래오래 행복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