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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임기 말 에너지 차관 신설 속내는?


입력 2021.08.03 14:18 수정 2021.08.03 14:22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정부 임기 1년 남기고 조직 확대

다른 정부 부처들 의심의 눈초리

“환경부와 힘겨루기 위한 포석”

전문가 “결국엔 부처 이기주의”

오는 9일 개편을 앞둔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조직도 모습(노란색은 신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 전담 차관 신설 등 조직 확대를 추진하자 정부 부처 안팎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 정부 임기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차관급 조직을 신설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산업부는 3일 “에너지 전담 차관 신설 등 조직 개편과 인력 보강을 통해 에너지 분야 시스템 혁신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직 개편안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오는 9일부터 시행된다.


산업부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에너지 전담 차관(2차관) 아래 전력혁신정책관과 수소경제정책관을 신설한다. 이와 함께 전력계통혁신과와 재생에너지보급과, 수소산업과, 원전지역협력과를 만들어 인력을 27명 보강하기로 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차관 신설과 조직, 인력 보강을 통해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시스템 혁신을 가속함으로써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 우리 경제 새로운 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탄소중립’에 대응하는 조직개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비대해진 산업부 조직체계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산업부가 에너지 분야를 다른 부처에 내어 주지 않겠다는 포석이 깔린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는 부분이 석연치 않다.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정부 조직개편은 통과의례다. 지금 차관급 조직을 신설해도 새 정부 조직개편이 이뤄지면 재편이 불가피하다.


1년도 남지 않은 현 정부에서 에너지 차관이 어떤 성장동력을 추진 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비대해진 부처로 인해 제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이유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내년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어떻게 조직 개편이 이뤄질지 모르니까 (산업부가) 미리 선수를 친 것 아니겠냐”며 “이번 정부에서 산업부가 몸집을 워낙 키워오다 보니 다른 부처에서 사실 불만이 많았는데 이 때문에 산업부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조직 개편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탄소중립 관련 정책은 산업부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 모든 부처에서 탄소중립과 관련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환경부는 중장기 아젠다로 탄소중립을 내걸 정도로 적극적이다. 지난 6월 기후탄소정책실을 신설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한창이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 역시 지난 1월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수소충전소를 방문했다. 무공해차 사업장을 둘러보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이후로도 조력, 화력 발전소 등 많은 에너지 시설을 방문하고 있다. 탄소중립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에너지 부문 영향을 높이겠다는 환경부 의지로 읽힌다.


산업부와 환경부는 에너지분야를 놓고 지속적인 대립각을 세워왔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인수위 시절부터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요구하며 산업부와 힘겨루기를 펼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산업부가 에너지 부문을 관장하게 됐지만 환경부는 이후에도 탄소중립을 내세우며 에너지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에너지차관 신설 도화선은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 선언 직후다. 그동안 에너지를 산업 성장과 함께해야 할 분야로 인정해 왔다면, 앞으로는 환경과 기후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에너지를 이들 영역이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었기 때문이다.


여야 대선주자들마저 에너지 부문 분리 또는 재편성을 예고하는 부분도 산업부가 임기 말 서둘러 조직 확대를 단행한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특히 몇몇 대선 후보들은 환경부가 요구해 온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거론하고 있어 산업부 내부에서는 차라리 통상업무를 외교부에 넘기고 에너지를 확실히 붙잡아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 경제평론가는 “에너지 분야가 환경과 점점 밀착하면서 산업부는 조급해졌을 것”이라며 “거대 공룡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이번에 에너지 차관을 신설해 조직을 키운 것은 에너지 분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산하기관만 수십 개인 에너지 분야에서 자신들 영향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부처 이기주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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